[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대선 공약으로 추진해온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작전의 강도를 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한 법집행 과정에서 빚어진 부정적 이미지가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의 대화에서 "일부 추방 정책이 너무 지나치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새로운 접근 방식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이민 정책의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 대규모 추방 대신 범죄자 소탕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유권자들 사이에서 '대규모 추방(mass deportation)'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고 보고받았다. 이에 따라 보좌진들에게 단속 대상을 가리킬 때 반드시 '범죄자(criminals)'라는 표현을 사용하라고 강조하며 메시지 조정을 지시했다.
이는 명칭만 바꾸는 수준을 넘어 실제 집행 방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 이민세관집행국(ICE)의 하루 평균 체포 인원은 작전 정점 당시 1500명 이상에서 최근 1200명 수준으로 줄었으며, 시카고·미니애폴리스 등 대도시에서 이뤄졌던 대규모 공개 단속도 당분간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 전기차·배터리 공장 부지에서도 미 이민당국의 대규모 단속으로 475명이 한꺼번에 연행된 바 있다. 당시 수백 명의 인력이 연행되며 한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해당 단속 방식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against it)"는 뜻을 내비치며 불쾌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백악관 '실용파' 득세
이 같은 기조 변화의 중심에는 백악관 '실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스 실장은 이민 문제가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 아니라 중간선거를 앞둔 '부채'가 되고 있다고 보고, 선거 전략 차원의 '리셋(Reset)'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경질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마크웨인 멀린 상원의원도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예고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내 목표는 이민 문제가 매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역 사회와 정면 충돌하는 방식 대신 협력적 법집행 기조를 강조했다. 놈 전 장관 시절 판사 영장 없이 사유지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비밀 지침 등도 철회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 강경파 "공약 후퇴" 반발
반면 행정부 내부와 외곽의 강경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추방 연합' 등 보수 성향 이민단체들은 이번 기조 전환을 두고 "대선 공약을 희석·후퇴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올해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추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백악관 내 대표적 강경파인 스티븐 밀러 보좌관의 행보에 주목하며 추가 강경 조치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지지층에게는 강경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흉악범 등 중범죄 이력자를 상대로 한 단속과 체포 장면을 시각적으로 부각하는 홍보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도층의 반감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범죄자 소탕' 이미지를 강화해 보수 지지층의 요구까지 동시에 충족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