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이 이란의 봉쇄로 사실상 마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대규모 해병 전력과 군함을 추가 투입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 이란군의 드론 및 소형 고속정을 겨냥한 미군의 정밀 공습과 공격 헬기 작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 미 해병대 증원… 하르크섬 점령 가능성
2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캘리포니아 기반의 강습상륙함 USS 복서(Boxer)를 포함한 군함 3척과 제11해병기동부대(MEU) 소속 병력 약 2500명을 중동 전역에 추가 배치했다. 이는 지난주 일본에서 출항한 USS 트리폴리(Tripoli)함에 이은 두 번째 대규모 해병대 병력 증원이다. 해병대 증원 소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뒤 전해졌다.
이번에 투입되는 상륙함 전단과 MEU는 단순 해상 순찰을 넘어 이란 해안 일대의 요충지에 대한 기습 타격, 상륙 및 점령 작전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군사 분석가들은, 필요할 경우 이 전력이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크섬(Kharg Island) 장악 작전에도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탱크 킬러' A-10, 해상 고속정 사냥꾼 변신
호르무즈 해협 일대 이란군 소탕 작전도 이어지고 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전날 전황 브리핑에서 "공군 A-10 워트호그(Warthog) 공격기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 공격정을 추적·타격(hunting)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군 근접지원용으로 알려진 A-10이 해상 소탕 작전에 전면 투입된 것은, 수십 척의 소형 고속정으로 대형 함정을 위협하는 이른바 '벌떼 전술'을 무력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케인 의장은 또 미군과 역내 동맹의 아파치(Apache) 공격헬기가 이란의 자폭 드론(one-way attack drones) 요격 임무에도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이번주 초 해협 인근의 지하 미사일 격납고에 5000파운드급 벙커버스터를 투하하기도 하는 등 이란의 보복 능력을 선제적으로 약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유가 폭등 속 한국 등 에너지 안보 '경고등'
이처럼 미국이 해병대 병력 증원에 나선 배경에는 가파르게 치솟은 국제유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란의 봉쇄와 공습 위협이 본격화한 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19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가, 20일 오전 기준으로도 배럴당 108달러를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쟁 전 약 70달러 안팎이던 수준에서 단기간에 50% 가까이 급등한 셈으로, 뉴욕과 유럽 증시는 4주 연속 약세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금융 시장 전반이 동반 불안에 빠져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주요 통로다. 한국의 원유 수입 물량 가운데 약 70% 안팎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것으로 에너지 업계와 정부는 보고 있다. 이 지역의 해상 교통이 장기간 마비되거나 위험 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경우, 국내 에너지 수급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