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시 투자 위축·수요 감소 우려 확대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지속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단기적인 반사이익 기대감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발 리스크 확대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선박 발주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려 오히려 업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실제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중국 항로 기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스팟 운임은 하루 40만달러를 웃돌며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LNG선 운임 역시 주요 항로 기준으로 단기간에 40% 이상 상승했고, 일부 거래에서는 하루 2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 제시되는 등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우려가 반영되며 단기간에 10% 이상 상승했고, 시장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내외 또는 그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고려하면 이러한 흐름은 LNG선과 유조선 수요 기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흐름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에는 단기적인 긍정 요인으로 해석된다. 특히 LNG 운반선과 대형 탱커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 조선사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시 수혜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다. 단기적으로는 운임 상승과 발주 기대가 동시에 나타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실물 경제 전반에 부담이 확대되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유가 상승과 물류비 증가는 전 산업의 비용 부담을 끌어올리고, 이는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주요 기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지속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약 0.6~0.7%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운송 지연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 교역량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박 발주 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영향을 받는다. 선주는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신규 발주를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며 발주 의사 결정은 더욱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이번 변수의 위험성이 조선업 사이클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주목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슈퍼사이클이 점차 정점 구간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로 발주 공백이 발생할 경우 업황 하락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 시장 위축 가능성도 변수다.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글로벌 교역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선박 수요 감소로 직결된다. 실제로 중동산 LNG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수천만톤 규모의 물량이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결국 전쟁 변수는 이러한 흐름을 흔드는 '가속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단기적으로 끝날 경우 운임 상승과 발주 기대가 유지되지만, 장기화될 경우 경기 둔화와 투자 위축을 통해 수요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쟁은 단기적으로 운임을 끌어올리며 조선업에 기대감을 주지만 길어질수록 결국 수요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지금은 호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리스크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