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구제 불가…"1주택자 처분 기한 연장 등 핀셋 정책 필요"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 여파로 분양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 한도가 축소되거나 신규 대출이 제한되면서,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시공사에 대출 연장을 요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금융기관과의 협약 및 보증 구조상 자체적인 구제 조치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연착륙을 위해 기존 주택 처분기한 연장 등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상위 건설사 30% "연장 민원 발생"…대출 한도 축소 직격탄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50대 건설사 중 취재에 응한 20곳을 조사한 결과 30%에 달하는 6곳이 이미 현장에서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등 연장 민원 및 납부 문의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특히 자본력과 우량 사업장을 다수 확보한 최상위 대형사보다는 중견사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힌 A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외 규제지역의 중도금 대출 연장 요청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최근 대출 규제로 거래 자체가 감소해 계약자의 기존 주택 처분이 늦어지거나 전세가 맞춰지지 않아 자금 확보가 안 되면서 대출 만기를 연장해달라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B건설사 역시 "단지별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출 및 납부 일정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자사 단지에 대규모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대형사들 역시 업계 전반에 퍼진 불안감에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자금 마련의 어려움으로 인한 연장 민원이 여러 단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분양자들을 궁지로 몬 핵심 원인은 촘촘해진 금융 규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와 더불어 은행별 대출 총액 관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자금 조달의 길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발표된 6·27 부동산 대책의 파장이 크다. 해당 대책 이후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 실행이 금지됐다. 1주택자 역시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신규 주택을 구매할 경우,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하는 조건이 사실상 의무화됐다. 그러나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현실적으로 6개월 안에 기존 집을 매각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규제지역 내 중도금 대출 한도가 60%에서 40%로 축소된 점도 직격탄이 됐다. C건설사는 "한도 축소로 인해 수분양자가 계약금 10% 및 중도금 20%를 추가로 현금 자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가 신용대출이 불가하고 현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고객들이 연장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 건설사 자체 구제 불가…"1주택자 처분 기한 연장 등 핀셋 정책 필요"
문제는 수분양자들의 다급한 ′읍소′에도 건설사가 내놓을 수 있는 구제책이 없다는 점이다. 수분양자들은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서서 대출 기한을 늘려주거나 연체료를 탕감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이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반분양의 중도금 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주택구입자금대출보증서를 통해 은행에서 취급된다. D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의 연대보증으로 연장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건설사는 대부분 사업지에서 단순 도급사에 불과해 수분양자의 납부 유예나 연체료 탕감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나마 가능한 타협점은 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1회(약 2개월) 정도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E건설사는 "은행과 협의해 1회 정도 연장 처리를 해주지만 더 이상의 연장은 어렵다"며 "연장 후에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시중은행 대신 2금융권으로 채널을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1금융권의 문턱이 워낙 높아지다 보니 사업장에 따라서는 보수적인 심사 기준을 피해 2금융권과 병행 협의를 진행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건설업계는 꽉 막힌 돈줄을 풀고 억울한 실수요자를 구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세밀한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가장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개선안은 1주택자 기존 주택 처분 기한 연장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6개월 내 매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기존처럼 2년의 충분한 매각 기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래 절벽 시장에서 수분양자들이 집을 팔고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잔금 대출 규제는 엄격한 반면 중도금 대출 규제는 불명확해 발생하는 정책 엇박자도 꼬집었다. 중도금 대출보다 잔금 대출 한도가 낮아지면 수분양자는 상환 자금을 구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해야 한다. 실수요자에게까지 일괄적인 규제를 적용하면 결국 자금력을 갖춘 현금 부자들만 입주가 가능한 시장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D건설사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걸게 되면 결국 현금 부자들만 입주가 가능한 구도가 되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에게만 청약 로또의 기회가 열린다"며 규제 재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