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뉴스핌] 이형섭 기자 = "특별히 아픈 곳이 없고, 있어도 정보 좀 찾아보니 별일 아닌 것 같더라고요. 미뤄도 괜찮지 않을까요?" 50대 A씨는 대장암 검진을 미루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AI 기술 발전으로 건강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2026년 주요 트렌드로 꼽히는 '건강지능(Health Quotient·HQ)'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정보를 검색·해석해 스스로 관리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스마트기기로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증상이 생기면 곧바로 검색해 대응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예방 실천까지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립암센터 '암검진 수검행태조사'에 따르면 암검진 대상자 가운데 검진을 받지 않은 이유 1위는 '건강하다고 생각해서(43.4%)'였다. 이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7.4%)', '검사 과정이 힘들어서(16.7%)'가 뒤를 이었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판단하는 인식이 가장 큰 검진 회피 요인이 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수검률 연도별 추이'에 따르면 최근 국가암검진 수검률은 50%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절반가량은 여전히 권고된 검진을 제때 받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대장암은 발생률이 높은 암임에도 불구하고 수검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만 5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매년 검사를 권고하고 있지만,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40% 안팎으로 6대 암 검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릉아산병원 홍종삼 건강의학센터장은 "건강지능이란 스스로 괜찮다고 단정하는 능력이 아니라, 증상이 없을 때도 위험을 예측하고 검진을 실천하는 판단력"이라고 강조했다.

◆초기 증상 없는 '대장암'… 이런 증상 있다면 검사 받아야
대장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혈변, 잔변감, 변의 굵기 변화, 검은색 변, 소화장애, 무기력감, 복통 등이 꼽힌다.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도 달라질 수 있는데, 오른쪽 대장암은 복통이나 빈혈, 복부에 만져지는 종괴가 나타날 수 있고 왼쪽 대장암은 변비나 육안으로 보이는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홍 센터장은 "증상이 나타난 뒤 진단된 대장암은 수술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행성 대장암일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런 검사 없이 증상만으로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장암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대장내시경'
현재 국가암검진에서는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대변 속에 숨어 있는 혈액을 확인하는 검사로, 양성일 경우 국가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을 통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분변잠혈검사는 대장암의 다양한 양상 가운데 '혈변' 여부만 확인하는 한계가 있다.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서는 일정 간격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해 국가암검진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2028년부터 대장내시경을 국가 대장암 검진의 기본 검사로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장내시경이 중요한 이유는 '용종' 때문이다. 대장암의 95% 이상은 선종성 용종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종의 크기가 1㎝ 미만이면 암 발생률은 1% 미만이지만, 2㎝ 이상으로 커질 경우 암 발생률이 40%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홍 센터장은 "선종성 용종이 세포 돌연변이가 축적되면서 암으로 변하는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다"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서도 증가하는 대장암… 안심해선 안 돼
대장암은 과거 중·장년층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고됐다.
특히 젊은 층은 증상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 암이 진행된 뒤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홍 센터장은 "가족력이나 비만, 흡연, 음주 등의 위험 요인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40세부터는 적극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용종 제거와 대장암 치료를 동시에
대장내시경은 단순한 진단 검사를 넘어 대장암 예방과 치료까지 동시에 가능한 수단이다.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용종은 내시경 기구를 이용해 즉시 제거할 수 있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간단한 내시경 치료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1기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보고될 만큼 예후가 좋은 편이다.
홍 센터장은 "암이 점막에만 국한돼 있거나 침범 깊이가 매우 얕은 경우에는 '내시경 점막하박리술(ESD)' 등 내시경 치료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지능 시대… '괜찮겠지'라는 자기 진단은 경계해야
스스로 정보를 찾아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다. 그러나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주관적 판단보다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온라인에는 다양한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자신의 증상을 단편적인 정보에 맞춰 단정하기보다 검진을 통해 객관적인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홍종삼 센터장은 "여러 건강 정보를 찾아보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검진을 받기 전 스스로 괜찮다고 판단해 검사를 미루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먼저 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그 결과에 맞는 정보를 참고해 관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