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급 안전망' 가동...26만 인파 대책 강구
내년엔 정부주도 초대형 K팝 이벤트 '페노미논' 예정
[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서울 광화문 도심이 글로벌 K팝 메가 이벤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오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이 BTS의 초대형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 대형 무대가 들어서고, 광화문 등을 활용한 무대 연출이 예고됐다.

BTS 멤버들은 경복궁 근정전 일대를 출발해 광화문 월대를 거쳐 무대에 오르는 이른바 '왕의 길' 콘셉트 동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공백기를 끝낸 첫 완전체 무대라는 점과 경복궁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국가 유산 배경이 되는 이번 공연은 K-팝과 K-헤리티지 결합하는 무대가 된다. 전세계 190개국으로 넷플릭스를 통해 첫 라이브 되는 이 무대는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과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연출한 해미시 해밀턴이 총연출을 맡았다.
◆ '안전한 공연' 위해 도심 멈춘다 … '준(準) 락다운'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 일대가 잠시 멈춘다. 정부 당국은 최대 26만명 운집을 공식 추산, 이태원 참사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인파 안전 대책을 전면 가동한다.
서울시는 공연 당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 사이,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 5호선 광화문역 등 핵심 역사에 열차 무정차 통과를 적용하기로 했다. 안전 상황에 따라 일부 출입구는 탄력적으로 폐쇄될 수 있다.
지상도 마찬가지다. 세종대로를 비롯해 새문안로, 종로, 사직로, 율곡로 등 광화문 주변 주요 간선도로가 단계적으로 통제된다. 국가유산청은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을 임시 휴궁하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예정됐던 뮤지컬·발레 등 실내 공연 일정을 전면 연기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역시 공연 당일 임시 휴관하고, 관계 기관과의 공조 하에 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민간 부문도 이례적이다. 광화문광장 바로 앞 KT 광화문 사옥은 공연 당일 건물 전체를 폐쇄한다. 직원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건물 내 스타벅스 리저브 광화문점, KT광화문웨스트 지하 매장, 파리바게뜨 '파리바게뜨1945' 등 상업시설도 일제히 문을 닫는다. 인근 파리크라상 광화문점도 휴업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26만명 예고에 이태원 참사후 첫 재난 위기경보 '주의'
행정안전부는 공연 당일 다중운집 인파 재난 위기경보 '주의' 단계 발령 방침을 밝힌 상태다. 서울시는 약 3500명, 경찰은 4800명 안팎의 인력을 현장에 배치하고, 하이브도 3500명 수준의 안전요원을 확보해 총 투입 인력은 1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 공연을 계기로 중앙정부가 공식 인파 재난 경보를 발령하는 것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두 번째다.
경찰은 광화문 월대 맞은편부터 시청역까지 남북 약 1.2km, 동서 200m 구간을 하나의 가상 스타디움처럼 설정, 서쪽 12개·동쪽 17개 등 총 29개 출입 통로를 통해 인파 유입을 실시간 차단·분산하는 '가상 스타디움 '방식을 도입했다. 야외 도심 공간에 경기장 수준의 출입·밀집 통제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1조 7000억 원 효과 vs 바가지… K-팝 딜레마
리딩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하이브의 공연(콘서트, 팬미팅) 매출액은 약 1조 7143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광화문이라는 공간, 넷플릭스 글로벌 생중계, 군 복무 이후 완전체 컴백이라는 '서사'가 겹치면서 이번 공연의 실질 파급력은 이 추정치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간 공연에 정부와 경찰, 지자체까지 총동원되는 것을 두고 시각은 엇갈린다.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특정 아이돌 그룹 공연을 위해 도시 기능이 과도하게 멈춘다"라며 "사기업이 하는 일에 굳이 정부가 나서야 되냐 특혜 아니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로, 이태원 참사 이후 다중운집 행사에 대한 국가 개입은 사실상 법적·사회적 의무가 된 만큼, 공연의 국가 브랜딩 효과를 고려하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광화문 공연이 민간 주도한 테스트라면, 그 다음 단계는 정부가 직접 설계하는 국가 주도형 K-팝 메가 이벤트다. 정부는 초대형 K팝 행사 '페노미논(FANOMENON)'을 앞두고 있다. 개최 시기는 내년이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에서 국내 주요 기획사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적 K-팝 페스티벌' 구상 실행을 계획 중이다. 대중문화교류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진영은 'K팝산업 새 업무'를 위해 최근 자신이 설립한 JYP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대중문화교류위 정부 측 공동위원장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박진영 대중교류위 공동위원장은 "팬(Fan)과 현상(Phenomenon)을 합친 말이 '페노미논(Fanomenon)'이며, 팬들이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 대형 공연 안전하게 치르는 나라" 신뢰 쌓아야
광화문 BTS 공연이 성공 사례로 기록된다면, 국가 유산을 배경으로 글로벌 OTT를 통해 생중계하고, 서울 도심을 하나의 공연장처럼 운용하는 모델이 K-팝 메가 이벤트의 '새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러면 K팝은 특정 아티스트의 글로벌 인기를 넘어, 초대형 규모의 K팝 페스티벌 '페노미논'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얻게 된다.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암표는 물론이고, 대규모 공연이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숙박·교통 대란, 바가지 요금 근절, 지역 주민의 일상권 보호, 아티스트의 창작·표현의 자율성 보장, 공연장 인프라 확충 같은 구조적 과제들이 맞물려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팬과 시민, 아티스트, 스태프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공연이 막을 내려야 K팝 이벤트도 의미 있다. "한국은 대형 공연을 안전하게 치러내는 나라"라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finevie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