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라진 무기·전장 설계… 무엇이 핵심인가
軍, 소버린 AI·킬웹·사이버 방패로 전력 재편 서둘러야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은 '미사일·폭격기'보다 'AI·데이터·사이버'가 더 많이 언급된 첫 대규모 작전이라는 점에서 전쟁사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작전 과정에서 앤트로픽의 대형 언어모델 '클로드(Claude)'를 정보 평가·표적 식별·전장 시뮬레이션에 투입했다. 그리고 팔란티어 계열 플랫폼으로 각종 센서·통신 데이터를 통합한 뒤 클로드가 복수의 작전안을 제시, 지휘부가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구조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클로드가 누른 버튼'… 미·이란전이 연 '현대전 2막' = 곧바로 눈에 띄는 건 '작전 순서' 자체의 변화다. 미국은 공습에 앞서 이란의 인터넷 트래픽을 평소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릴 정도로 통신·네트워크를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테헤란 교통카메라·휴대폰·각종 앱을 해킹해 최고지도부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하메네이 최고지도부와 군 수뇌부를 단 한 번의 정밀타로 제거하는 '디캡리테이션(참수)' 작전이, AI가 엮어낸 초정밀 정보망 위에서 실행됐음을 보여준다.
무기체계 측면에서도 B-2 스텔스 폭격기, 자폭형(로이터링) 무인기, 사이버·우주전 자산, 그리고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가 하나의 '킬웹(Kill Web)'처럼 묶여 움직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AI가 주로 '표적추천·전장 가시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란 공습에서는 사실상 'AI가 만든 옵션을 사람이 승인하는' 구조로 의사결정 심장부까지 깊숙이 들어온 셈이다.
◆우크라이나전쟁과 미·이란전쟁의 AI 활용 차이 = 같은 AI 전쟁이라 해도, 우크라이나와 이란의 양상은 단계와 깊이가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부터 팔란티어의 '메타컨스텔레이션(위성·드론·각종 센서용 작전 운영체제)'과 각종 AI 분석툴로 상업·군사 위성, 드론 영상, 휴민트, 공개 OSINT(공개 출처 정보)를 통합해 러시아 전차·포병을 추적했다. 그 결과, 드론·포병 사격명중률을 10% 수준에서 70~8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반면, 이란 공습에서 미국은 팔란티어류(類)의 데이터 퓨전 플랫폼 위에 클로드 같은 범용 LLM(AI의 '엔진'에 해당하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얹어, '정보 합성–위협평가–옵션 생성–위험도 분석' 전체 체인을 자동화에 가깝게 밀어붙였다. 우크라이나가 'AI 보좌관이 붙은 포병·드론전'이었다면, 미국의 이란 공격은 'AI 참모가 설계한 수뇌부 참수 작전'에 가까운 셈이다.
무기체계도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상용 소형 쿼드콥터(프로펠러 4개를 가진 멀티콥터 드론), FPV(1인칭 시야 시점) 자폭드론, 자주포·다연장, 소련제·서방제 혼합 전차와 방공망이 주력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AI는 그 위에 덧씌워진 '표적 추천 엔진'에 가까웠다.
반면, 이란전에서 미국은 B-2 스텔스 폭격기, 장거리 순항미사일, 스텔스 무인기와 자살형 드론, 우주 기반 ISR(정보·감시·정찰), 그리고 사이버·전자전 자산을 하나의 통합 작전망에서 운용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장을 AI 실험실로 만든 첫 전쟁'이었다면, 이란 공습은 'AI를 통제한 쪽이 전쟁 전체를 설계·단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 전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국민들, 이스라엘의 앱 해킹으로 전쟁 사실 인지 = 이번 이란 공습에서 특히 우리 군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전쟁을 인터넷과 통신망 공격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우주·사이버전력을 연계해 이란의 지휘통제(C2)와 각종 네트워크를 교란, 지휘부가 상황을 인지하고 명령을 내릴 시간을 통째로 빼앗았다.
테헤란 시내 교통카메라, 휴대전화 위치 정보, 각종 메신저·앱을 해킹해 고위층 경호원·운전기사의 이동 패턴을 추적한 사례는, 더 이상 '군용 센서'만이 ISR(정보·감시·정찰)의 전부가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상용 CCTV, 민간 통신망, 심지어 해킹당한 앱까지도 AI가 가공하면 곧바로 표적·패턴 정보로 전환된다.
이는 전쟁의 충격파가 군사시설을 넘어 국민 생활 인프라를 정면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란 국민에게 공습 사실을 처음 알린 것이 정부 경보문자가 아니라 이스라엘에 해킹당한 앱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정보 주권'과 '데이터 주권'이 사실상 안보 문제로 전환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는 탄도미사일·장사정포보다 먼저 날아오는 것이 전력망·통신망을 노리는 악성코드, 딥페이크·가짜뉴스, 위성·GPS를 겨냥한 전자전 공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미 대규모 해커부대와 사이버전 능력을 가진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한국 사회 전반이 '이란식 정보 마비' 시나리오에 얼마나 취약한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군에 던져준 숙제 = 이번 전쟁 양상은 우리 군에 몇 가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는 '소버린 AI(Sovereign AI)', 둘째는 'Kill Chain 2.0' 수준의 킬웹, 셋째는 전면 사이버·정보전 방어체계다.
정부는 이미 'AI 3대 강국'과 100조원급 투자 구상을 내놓았지만, 국방 분야에서 데이터·모델·인프라·운영 통제권을 모두 국내에서 쥘 수 있는 '소버린 AI' 체계를 얼마나 구축했는지는 별도 문제다. '소버린 AI'는 한 국가(또는 공공기관)가 AI 데이터·모델·인프라·운영 전반을 자국 내에서 직접 통제·운영하는 구조를 말한다.
작전계획·위성·레이더·통신·감청·휴민트 데이터를 통합·학습시킬 국방 전용 LLM(대규모 언어모델), 이를 돌릴 보안 클라우드·국방 데이터센터, 그리고 이를 운용·검증할 인력 풀을 지금부터 10년 단위 계획으로 키워야 한다.
둘째, 기존 '3축 체계(킬체인·KAMD·KMPR)'는 사실상 한반도 버전의 '디지털 킬체인'이다. 하지만 미·이란전이 보여준 것은 개별 축을 넘어서, 드론·로이터링 탄약(목표 지역 상공을 배회하다 표적에 돌입·폭발하는 공중 무기)·장거리 미사일·스텔스기·위성·사이버·지상특수부대가 실시간 데이터 공유와 AI 분석으로 묶이는 '킬웹' 구조다.
우리 군이 추진 중인 50만 대 규모의 무인기 전력과 감시정찰·정밀타격 능력을 이 킬웹 구상 속에서 설계하지 않으면, 플랫폼 숫자만 늘고 실제 전투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사이버·정보 방어다. 북한은 이미 AI를 활용한 악성코드 개발, 맞춤형 피싱, 자율화된 해킹툴을 활용해 공격 속도와 정교함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군과 정부, 주요 기간산업에 대한 사이버 방호는 더 이상 'IT 보안' 차원이 아니라, KAMD 못지않은 국가급 방공체계의 일부로 다뤄져야 한다.

결국 관건은 한반도에 맞는 '우리 전쟁'의 양상이다. 우크라이나처럼 장기 소모전으로 끌려갈 것인지, 이란 사례처럼 상대 지휘부와 네트워크를 초반에 마비시켜 전쟁을 단축할 것인지에 따라 투자 우선순위와 무기체계 구성이 크게 달라진다.
한국의 지정학적 요소, 북한의 비대칭 전력, 동맹 구조를 감안하면, 우리 군이 가야 할 길은 고가 플랫폼 추가 확보만이 아니라 ▲'소버린 AI'로 무장한 정보·지휘 체계, ▲대량의 드론·로이터링 탄약과 정밀 미사일을 엮은 킬웹,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사이버·정보 방패로 요약된다.
AI와 정보력이 전쟁의 '첫 번째 화력'이 되고 있는 지금, 이를 강건너 불구경으로만 볼 것인지 우리 전력구조를 갈아엎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결국 우리 군 지휘부의 선택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