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갈리는 민감 사건일수록 판결문 작성에 긴 시간"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보편적 관세(상호관세) 프로그램의 운명을 가를 미 연방 대법원 판결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건이 행정부의 요청으로 이례적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절차)'에 올라탔음에도, 정작 대법관들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긴 호흡으로 판결문을 다듬는 데 몰두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이번 관세 소송이 "대통령 권한의 경계를 다시 그릴 수 있는 사건"이라며, 대법원이 트럼프 관세 판결을 '서두른 뒤 기다리는 중(On Trump's Tariffs, Supreme Court Hurries Up and Waits)'이라고 전했다. NYT는 이번 관세 판결이 단순히 경제 정책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 것을 넘어 대통령의 통치 권한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중대한 헌법적 선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안의 폭발력이 큰 만큼 대법관들 사이에서 만장일치 의견이 나오기는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100여 개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의회의 전통적 영역이던 관세·통상 정책에까지 행정부 권한을 확대해 왔다. 하급심은 이미 이 같은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으며, 항소심도 IEEPA가 이런 식의 포괄적 관세 부과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라며 위법 결론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 모델이 유지될지, 아니면 대통령의 비상경제권한에 중대한 제동이 걸릴지가 갈리게 된다.
이번 사건은 애초 속전속결이 예고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관세 정책 전반에 법적 불확실성이 드리워졌다"며 대법원에 신속 심리를 공식 요청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그해 11월 5일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그 뒤 워싱턴 법조계에서는 "첫 의견 발표일인 1월 9일에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식의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1월 14일, 20일 등 대법원 선고일이 잡힐 때마다 '관세 판결 임박설'이 반복됐지만, 매번 상대적으로 경미한 다른 사건들만 선고되면서 기대는 번번이 빗나갔다.
보통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민감한 사건일수록 판결문 작성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선고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실제로 보수 성향 대법관 상당수가 구두변론에서 "비상사태를 이유로 사실상 무제한 관세 권한을 인정해 달라"는 행정부 논리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바 있어, 다수·반대·보충의견이 복잡하게 얽힌 판결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NYT는 대통령 권한을 다루는 대형 사건일수록 대법관들이 만장일치에 이르기는 어려운 만큼, 이번에도 여러 갈래의 의견이 붙은 장문의 판결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전통적으로 대법원 회기 마지막 달인 6월까지 끌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트럼프 관세 사건 역시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여전히 대법원이 조기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면서도,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예측 경쟁을 경계했다. 이어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2012년 미 의료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인용했던 한 구절을 다시 소환했다. 긴즈버그는 당시 한 기자의 말을 빌려 "대법원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결국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 대법원의 최종 결론은 당장 내일 나올 수도, 혹은 회기 마지막 달인 6월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올 수도 있다고 NYT는 짚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