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연내 '철도 통합공사' 출범 목표
좌석 수 2배 많은 KTX-1 투입해 '지옥철' 숨통
공정위 심사 등 법적 절차 속도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가 올 연말까지 고속철도 통합공사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그간 평행선을 달렸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에스알(SR)의 경쟁 체제를 종식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좌석 공급 부족과 운영 비효율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 수서역에 KTX, 서울역에 SRT 온다…'좌석 2배' 공급 확대 승부수
11일 국토교통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고속철도 통합 추진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 및 이행현황'을 공개했다.
가장 먼저 시작되는 변화는 운영 통합이다. 국토부는 오는 25일부터 KTX와 SRT의 시범 교차 운행을 개시한다. 수서역에는 KTX가, 서울역에는 SRT가 하루 1회씩 왕복 투입된다.
핵심은 좌석 공급 확대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이용률이 높은 시간대에 410석 규모의 SRT 대신 955석 규모의 KTX-1을 수서 노선에 투입해 공급을 늘린다. 이번 시범 운행을 통해 시설 정합성과 안전성을 최종 점검한 뒤, 상반기 중에는 KTX와 SRT 차량을 연결해 운행하는 '중련 시범 운행'을 실시하고 하반기에는 교차 운행을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말 완료를 목표로 하는 코레일과 에스알 합병은 이해관계 조율과 조직 설계가 핵심이다. 정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을 통해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으며, 6월까지 최종 보고서를 도출할 계획이다. 조직·인사·재무 설계 용역도 병행된다. 올 1월부터 협의 안건을 마련 중이다. 다음달부터 6월까지 국토부, 코레일, 에스알, 철도 전문가 등의 협의와 검증을 거친 뒤 하반기에 최종 설계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덕기 국토부 고속철도통합추진TF 팀장은 "에스알 직원에 대한 불이익 방지가 원칙"이라며 "갈등이 예상되는 조직, 인사, 보수 분야는 선제적으로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전문가와 노사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격주 단위로 운영하며 쟁점을 해소할 방침이다. 이달 2일부터 코레일과 에스알은 공동 사무실을 운영하며 매주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 통합도 고속열차급 속도전…법적 절차 '패스트트랙'으로 뚫는다
통합공사 출범을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도 속도를 낸다. 크게 ▲기업결합 심사 ▲영업양수 계약 인가 ▲철도안전관리체계 변경 ▲통합공사 출범 순이다.
철도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는 '임의적 사전 심사 제도'를 활용해 기간을 단축한다. 기업결합을 하려는 회사가 정식으로 신고할 의무가 생기기 전에 심사를 받아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공정위와 사전 협의를 진행 중이며, 심사를 신속히 완료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올 하반기에는 조직·인사 통합안 합의를 바탕으로 영업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국토부 인가를 받게 된다. 안전 관리와 직결되는 '철도안전관리체계 변경' 승인도 같은 기간 이뤄진다. 조직과 인사 설계가 완료되는 대로 통합 운영 체계에 대한 사전 협의(약 20일)와 현장 검사(약 90일)를 거쳐 국토부의 최종 승인을 받고, 통합공사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통합 결정 전 코레일과 에스알은 좌석 공급 확대를 두고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인 바 있다. 코레일은 955석 규모의 대용량 열차인 KTX-1을 이용객이 몰리는 수서발 노선에 투입하면 운행 횟수를 물리적으로 늘리지 않고도 일평균 3만~5만 석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에스알은 "문제의 본질은 평택~오송 구간의 선로 용량 포화"라며 맞섰다. 무조건적인 차량 대형화는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굳이 조직을 통합하지 않더라도 '교차 운행 협약'만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통합론을 경계했다.
재무적 효율성, 특히 중복 비용 문제에서도 시각차는 뚜렷했다. 코레일은 연간 약 406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이원화된 구조 탓에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별도의 본사 인력 운영, 예·발매 전산 시스템의 이중 구축, 차량 정비 위탁 과정에서의 비효율 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스알은 오히려 SR의 독자 경영이 철도 산업의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견인했다고 반박했다. 통합 시 코레일의 고비용 구조에 흡수돼 재무 건전성이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정 팀장은 이 문제를 언급하며 "그간 제기된 좌석 공급 확대량이나 중복 비용 감소 효과 등을 전문가, 철도운영사(SO), 공단 등이 함께 객관적으로 검증해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이후 코레일과 에스알의 사명이나 열차 브랜드가 변경될지도 관심사다. 이 또한 통합 전 협의체에서 논의할 사항이다. 정 팀장은 "통합에 맞춰 쇄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비용 절감 차원에서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공존할 수 있다"며 "협의체에서 양사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브랜드 통합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업이나 서비스 저하 등 국민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통합 기관에 이행 책임을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요금과 운행 계획 등 모든 의사결정은 국민 편의와 지역 균형 발전 등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