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표류한 국책사업
공기·리스크 부담 재부상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 마감이 임박한 가운데, 컨소시엄 주간사인 대우건설의 역할과 책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참여를 철회하면서 대우건설이 과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초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부담과 논란 역시 함께 확대되고 있다.

◆ 줄줄이 빠진 컨소시엄…대우건설 지분 70% 넘길까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6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신청서와 공동수급협정서 제출 마감이 다가오면서 컨소시엄 구성에도 막판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38% 수준이었던 대우건설의 지분이 과반, 나아가 70%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 부지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핵심 시설을 조성하는 약 13조원 규모 사업이다. 공사 난이도와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국내 건설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1차 PQ 단계에서 한화 건설부문, HJ중공업,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금호건설, BS한양, 중흥토건 등 총 23개사가 참여했다. 지난달 1차 PQ 당시 롯데건설이 불참을 확정한 데 이어 PQ 서류 제출을 앞두고 쌍용건설도 지분 4%를 내려놓으며 컨소시엄에서 이탈했다.
애초 롯데건설은 지분 10.19%를 보유하고 있었다. 일각에선 참여 조건 재검토 후 2차에는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결국 입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유사한 수준의 지분을 가졌던 한화 건설부문(11.19%) 역시 참여를 포기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기존 참여사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호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각각 지분 4%를 반납하며 발을 뺐다. 현재까지 컨소시엄을 떠난 5개사의 합산 지분은 33.38%에 달한다. 이를 모두 대우건설이 흡수한다고 단순 계산할 경우, 대우건설의 최종 지분은 71.65%까지 확대될 수 있다.
지분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우건설 측은 "빠진 지분을 단순히 대우건설에 더한 계산일 뿐"이라며 "기존 컨소시엄사 가운데 지분 조정을 요구하는 곳과 신규 참여를 희망하는 회사들도 있어 현재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2차 PQ 접수 마감일인 6일까지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컨소시엄에 남아 있는 주요 건설사는 HJ중공업(5%)과 동부건설(4%)이다. 이들 역시 대우건설과 지분 상향 조정을 논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지분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책임 부담이 지나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가덕도신공항 부지는 최대 깊이 60m에 달하는 대심도 연약지반을 매립해야 하는 지역으로, 케이슨 설치 등 고난이도 해상 공사가 불가피해서다.
대우건설은 높은 지분을 떠안더라도 사업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롯데나 한화 등 일부 건설사의 불참에 대해 특별히 동요하거나 우려하고 있지는 않다"며 "토목 분야 시공능력평가 1위 기업으로, 이라크 신항만과 거가대교 등 국내외 초대형 해상공사를 수행하며 역량을 입증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책사업인 가덕도신공항을 성공적으로 시공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카타르와 오만에서 수리조선소를, 알제리와 이라크에서는 방파제를 단독으로 준공한 경험이 있다. 이라크 정부가 2041년까지 세계 12대 항만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 아래 추진 중인 알 포(Al Faw) 신항만 건설공사 1단계 역시 담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도 "대우건설이 높은 지분율로 이 사업을 맡는다고 해서 공정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기존 주간사였던 현대건설이 공기 연장을 요구하다 컨소시엄에서 탈퇴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어, 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이러한 논란이 일까봐 업계 안팎으로 걱정이 클 뿐"이라고 말했다.
◆ 포퓰리즘부터 공기 연장까지…말 많고 탈 많은 가덕도신공항
올해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논의가 처음 제기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가덕도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검토를 지시하면서 논의가 시작됐으나, 김해공항 확장 결정으로 한때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이후 장기간 논의가 표면화되지 않던 사업은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선거 공약으로 부상하며 건설 계획이 확정됐다.
추진 과정에서부터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 투입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졌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사전 타당성 검토에서 경제성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사업이 추진되면서, 정치 일정에 맞춘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충분한 경제성 검토와 재정 부담 분석 없이 사업이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항 시점 역시 수차례 조정됐다. 당초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했던 가덕도신공항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 맞춰 2029년 12월로 조기 개항 계획이 설정됐다. 그러나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서 조기 개항 목표는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사업자 선정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추진된 입찰에서 네 차례 연속 유찰이 발생했고, 결국 2024년에 이르러서야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사업은 겨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듯했다.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해 4월 현대건설은 국토부가 입찰 공고에서 제시한 공기 84개월보다 2년 긴 108개월을 반영한 기본설계도서를 제출했다. 이에 국토부는 입찰 조건과 다르다며 기본설계 보완을 요구했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재입찰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이어갔다.
현대건설은 공기를 더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지난해 6월 가덕도신공항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공기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함께 사업 추진에서의 한계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말 공사 기간을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당시 설정했던 공기가 지나치게 도전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9년으로 정해진 개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히 빠듯한 공기를 설정했던 것은 맞다"며 "결과적으로 업계가 이 조건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계산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의 최대 관건은 이제 2035년으로 연기된 공기를 준수할 수 있느냐다. 공사 난도를 고려할 때 개항 지연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활주로 부등침하 가능성이 높은 해상 매립 공항으로, 시공 난이도가 매우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유사 사례로 꼽히는 울릉공항 역시 공사 난이도와 기후 등 다양한 변수를 이유로 개항 시점이 2년 연기된 바 있다.
여훈구 KDI 재정투자평가실장은 "해외 유사 공항 사례를 보면 해상공항은 통상 사업 기간이 6년에서 9년 정도 소요된다"며 "특히 매립공사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연약지반 처리와 호안공사에도 다수의 인력이 장기간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더 이상의 지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관계자는 "이 사업은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추진되며, 국토교통부는 106개월 안에 완공해야 한다는 최소 요구 조건만 제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설계와 공법은 입찰자 책임인 만큼, 어떤 방식을 쓰든 정해진 기간만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