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북미 공급 60% 현지화"… 美 관세 리스크 선제 대응
차세대 '홈 로봇' 청사진 제시… AI 홈 솔루션으로 동력 확보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전자가 가전 구독과 전장 사업의 견조한 성장세에 힘입어 2년 연속 연간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TV 수요 부진과 인력 구조 효율화를 위한 수천억 원 규모의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되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가전 구독 매출 2조 원 돌파와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수주 3배 급증 등 고수익 사업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며 질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인공지능(AI) 홈 솔루션과 가전 구독 사업 강화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익성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30일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89조2009억 원, 영업이익 2조478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으나, 영업이익은 마케팅비 증가와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여파로 전년보다 27.5%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영업손실은 1090억 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1354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2016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분기 적자다.
◆희망퇴직 비용에 9년 만의 분기 적자… "중장기 고정비 개선 위한 결단"

LG전자가 4분기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인력 선순환을 위한 일회성 비용 집행과 TV 사업의 부진에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날 실적 공시 후 이어진 실적 설명회에서 "4분기 수익성은 역내 생산 확대와 마케팅 비용 효율화 등 원가 구조 개선 성과가 있었으나, 인력 선순환 차원에서 실시한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하반기 들어 인력 구조 효율화 차원에서 실시한 전사 희망퇴직으로 수천억 원 상당의 비경상 비용을 인식했으며, 이는 중장기 고정비 부담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업본부별로도 실적이 엇갈렸다. 주력인 HS(생활가전) 사업본부는 4분기 매출 6조2543억 원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영업손실 1711억 원으로 적자를 냈다. MS(미디어엔터테인먼트 솔루션) 사업본부 역시 TV 수요 회복 지연과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로 26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VS(전장) 사업본부는 전기차 캐즘 우려 속에서도 158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해 전사 적자 폭을 방어했다.
◆가전 구독 매출 2조 돌파·AI 냉각 수주 3배 폭증… B2B로 승부수
LG전자는 4분기 적자라는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가전 구독과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강조하며 사업 패러다임 변화를 공식화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가전 구독 사업은 국내외에서 큰 폭으로 성장하며 매출 2조 원을 돌파해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며 "말레이시아와 태국뿐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까지 확장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40%가 넘는 성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TV 구독 등 다양한 사업 형태를 지속 발굴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규 고객층 확보와 중장기 성장 기반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래 핵심 먹거리로 부상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칠러) 사업도 실적 전망을 밝게 했다. LG전자는 "데이터센터향 칠러 수주 실적이 전년 대비 3배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2027년 칠러 사업 전체 매출 1조 원 목표 달성을 위해 순항 중으로 차세대 기술인 액체냉각 솔루션 상용화와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통 가전의 수요 정체를 고부가 기업용 인프라 사업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북미 관세 리스크 선제 대응…주주 환원 및 로봇 사업 구체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멕시코 멕시칼리 생산 거점을 추가 운영하며 미국 테네시와 멕시코 몬테레이를 포함한 3개 거점 체제를 완성했다"며 "생산성 개선과 공급 케파 극대화를 통해 북미 역내 공급 비중을 2026년까지 60% 수준으로 확대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VS)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하이 싱글 디짓(높은 한 자릿수 수치)' 수준의 영업이익률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LG전자는 "전기차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제품 믹스 개선 및 운영 비용 최적화를 통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로드맵도 명확히 했다. LG전자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고, 향후 2년간 총 2000억 원 규모의 주주 환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선제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Baa1으로 상향된 점을 언급하며 "시장으로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성과와 재무 관리 역량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래 성장 동력인 로봇 사업의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됐다. LG전자는 산업용과 상업용 로봇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상호 인터랙션이 가능한 '홈 로봇 솔루션'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LG전자 측은 "단순한 디바이스를 넘어 홈 공간에 대한 이해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핵심 니즈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며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로봇 사업 생태계 구축과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LG전자는 4분기 기록한 일회성 비용과 적자 요인을 털어내고 올해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시장 경쟁 심화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주요 협력사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B2B와 구독 등 고수익 사업 비중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로봇과 칠러 등 신성장 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통해 비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