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를 영리추구 수단으로 오용"…공정·청렴성 위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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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무상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주가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면서도,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를 이용해 고가 사치품을 받은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공정은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지난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약 1280만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김 여사 측이 낸 보석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의 적용에는 그 상대가 권력자이든,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과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도 권력자라고 해서 다르게 적용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핵심 쟁점이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와 자금이 일부 시세조종 거래에 사용된 정황, 높은 수익 배분 약정 등은 인정하면서도 시세조종 세력과의 공모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시세조종 주도 인물들 가운데 누구도 김 여사와 구체적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고, 블록딜 정산 과정에서도 김 여사가 '외부 거래상대방'처럼 취급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2010~2011년, 2011년 3월, 2012년 7~8월 거래를 별개의 행위로 나눠 상당 부분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됐다고 보면서 주가조작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선 여론조사 업체 대표 명태균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명의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무상 제공했다는 부분이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명 씨가 여러 차례 조사 결과를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귀속된 정치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같은 조사 결과가 다른 정치인과 언론사에도 제공됐고, 조사 비용 역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상업 의뢰 등에서 나온 점을 들어 "범죄 증명이 없다"고 결론냈다.
반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관련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통일교 측 윤영호 전 본부장이 전성배 씨를 통해 2022년 7월 5일 건넨 1271만원 상당 샤넬 가방과 7월 29일 제공한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를 "대통령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을 대가로 한 금품"으로 판단했다.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이를 위한 아프리카 대상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등 통일교 현안을 청탁한 정황과, 김 여사가 이를 인식한 상태에서 고가 사치품을 수수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양형에서 재판부는 "공정을 해치는 것이 부패이고, 부패는 금전적 청탁과 필연적으로 결부된다"며 "지위가 영리 추구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권력에 대한 금권의 접근은 다반사이기 때문에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부인은 법상 권한이 있는 공직자는 아니지만 대통령 곁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 존재"라며 "높은 청렴성과 절제력이 요구되며, 국민의 반면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고가 사치품으로 자신을 치장한 점과, 금품 전달 과정에 관여한 주변 인사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한 정황을 불리한 요소로 꼽았다. 다만 먼저 금품을 요구한 사정이 없고, 실제 대통령 정책 결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전과가 없고 일부 물품을 반환하려 한 점과 뒤늦은 반성 태도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인식했지만 공범은 아냐, 명태균 여론조사 윤석열 부부 지시·관여 증거 없어
김건희 여사 1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제공 혐의가 무죄로 나온 데 대해 재판부는 "공모·행위지배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정황들을 열거했다.
우선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는 시세조종 주도 세력 C·E·F·J 등의 진술과 2019~2020년 E·F 통화 녹취에 주목했다. 이들 대화에는 "김건희는 그냥 주문 내달라고 해서 주문 내준 게 단데", "지는 아는 게 없다"는 표현이 담겨 있어, 김 여사를 구조를 모르는 투자자 정도로 인식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재판부는 여기서 "시세조종 설계·지휘를 함께 한 공범"이라는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2010년 10월 28일·11월 1일 Q계좌 18만주 매도 관련 문자·통화도 공모 증거로 보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당시 시세조종 세력 R·F가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 "매도하라 하셈" 등 문자를 주고받으며 가격·시간을 조율한 뒤, 김 여사 명의 Q계좌에서 매도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자·통화 흐름 어디에도 김 여사가 직접 등장하거나 전략을 논의·지시한 내용은 없고, 주문 실행은 증권사 직원과 시세조종 세력 사이에서만 오갔다고 적시했다.
블록딜 정산 구조도 무죄 근거로 제시됐다. 2011년 1월 10·12일 Q계좌 보유 도이치 주식은 직전가보다 주당 640원, 1160원 낮게 블록딜 처리돼 김 여사가 약 1억9000만원 할인 손해를 본 반면, K 측은 이 거래에 대해 별도 수수료(12%, 15%)까지 공제한 뒤 나머지 이익을 6:4로 나눴다. 재판부는 "공모관계 내부자라면 시세조종 수행을 위해 이미 감수한 할인 손실에 다시 수수료까지 부과하는 구조는 비합리적"이라며, 이는 김 여사를 '내부 공범'이 아닌 외부 투자자로 취급한 정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시세조종에 동원된 여러 차명·고객 계좌 이익이 아니라, 김 여사 계좌 이익만 따로 떼어 정산한 점도 공모 구조와는 맞지 않는다고 봤다.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제공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자료·진술을 근거로 "전속 정치자금"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했다.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윤석열 부부에게 전달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같은 자료가 다른 정치인·언론사에도 제공됐고, 조사 비용이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자금과 상업적 의뢰 수입으로 충당된 점이 확인됐다. 김 여사가 조사 기획·집행·비용 구조를 지휘했다거나, 명 씨와 별도 약정을 맺어 '캠프 전용 조사'를 돌린 정황도 나오지 않아,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통일교 알선수재 2022년 7월 샤넬백·목걸이만 유죄
김건희 여사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FE) 측으로부터 받은 2022년 7월 5일자 GC 명품 가방·인삼세트와 같은 달 29일 B사 초고가 목걸이 수수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의 문자·통화, 카드 영수증, 전달 경위가 촘촘히 맞물린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 직무 관련 알선을 대가로 한 금품"이라고 결론냈다.
우선 7월 5일 GC 가방(1271만원)과 인삼세트에 대해 재판부는 FE 세계본부장 FC와 김 여사 측 창구 HU 사이의 문자·통화, 가방 구매·교환 기록을 핵심 근거로 들었다. FC는 4월 23·30일 HU에게 보낸 문자에서 "큰일 상의", "일전에 논의한 내용"이라는 표현과 함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아프리카 국가 지지 확보, 아프리카 ODA 확대 등 FE 현안을 상의하고 싶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적시됐다. HU가 "UN 한국 유치 문제를 의논하고 싶은가봐"라고 김 여사에게 전달한 내용도 판결문에 인용됐다.
6월 24일 FC의 처제가 GC 매장에서 1271만원 상당 가방을 구매한 영수증, 6월 26일 FC가 "여사님 선물을 준비했다"는 취지로 HU에게 보낸 문자, 7월 5일 서울 송파구 FV 1층에서 FC가 GC 가방과 인삼세트를 HU에게 직접 전달한 정황도 모두 인정됐다. 이후 HU가 김 여사 측에 쇼핑백을 전달하고, 다음날 수행비서들이 GC 매장에서 가방을 두 개로 교환하면서 324만원을 추가 결제한 카드내역·영수증까지 확보되면서 "실제 수수"가 객관적으로 뒷받침됐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결정적 근거로 제시된 것은 7월 15일 김 여사와 FC의 통화 녹취다. 김 여사는 통화에서 "이렇게 여러 가지로 신경 써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선거 때도 많이 도와주셨는데 조금만 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며 FE의 대선 지원과 선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여러 가지로 지금 많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많은 업적들이 훼손되지 말아야 된다"고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FE 프로젝트를 돕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판결문은 적고 있다. 재판부는 이 통화 내용을 "청탁과 금품 수수 사이 대가관계를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로 평가했다.
7월 29일 B사 목걸이(6220만원 상당)는 FE가 주도하는 국제행사 GI와 관련된 청탁과 함께 제공된 것으로 인정됐다. FC가 HU에게 "GI에 아프리카 청년부 장관들이 방문하는데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하면서 초고가 목걸이를 건넸고, HU가 이를 곧바로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HU·FC 진술과 문자 내역이 이를 뒷받침했다. 특히 FC가 "목걸이는 여사님이 가지고 계시나요, 고문님이 가지고 계시나요?"라고 묻자 HU가 "여사님이 큰 선물이라고 놀라셨지만 별다른 말씀은 없다"고 답한 문자 내용이 판결문에 인용됐다. 재판부는 HU가 초기 수사에서 "목걸이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한 진술을 "피고인 사주에 따른 허위 진술"로 보고 뒤집으면서, 실제 전달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3월 30일 첫 통화에서 김 여사가 FC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앞으로 HU 고문님과 의견 나눠달라. 많이 도와달라"고 말하며 HU를 FE 창구로 공식화한 점, HU가 통일교 측에 "FE에 대한 은혜를 갚겠다. FE는 내가 책임진다"고 밝힌 점 등을 종합해 "피고인과 HU가 FE를 상대로 대통령 직무 관련 현안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들기로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문자·통화, 영수증, 카드내역,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김 여사는 HU와 공모해 대통령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한 청탁 또는 알선을 명목으로 총 7501만5000원 상당 GC 가방·인삼·B 목걸이를 수수했다"고 적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