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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다저스가 지킨 '전통', 터커가 택한 '존중'…30번 대신 23번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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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연평균 5710만 달러(약 837억 원)를 받는 슈퍼스타도 끝내 갖지 못한 번호가 있었다. LA 다저스 유니폼을 새로 입은 외야수 카일 터커는 자신의 상징이던 30번을 포기하고, 새 번호 23번을 등에 달기로 했다.

다저스에서 30번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등번호다. 로버츠는 선수와 지도자 시절 각별한 인연을 맺은 다저스 레전드 마우리 윌스를 기리기 위해 2016년 감독 취임 때부터 30번을 달고 있다. 로버츠 감독은 "마우리가 생전에 '내가 죽으면 그 번호를 다른 사람이 안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번호"라고 밝혔다. 공식 영구결번은 아니지만, 로버츠 감독이 윌스의 유언을 지켜온 만큼 구단 내에서는 '건드릴 수 없는 번호'가 됐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LA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30번 대신 23번으로 등번호를 바꾼 카일 터커. [사진=터커 SNS] 2026.01.23 zangpabo@newspim.com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지난해 시카고 컵스 시절 드번호 30번을 달고 뛴 카일 터커. [사진=터커 SNS] 2026.01.23 zangpabo@newspim.com

터커도 이 사정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다저스와 계약한 뒤 로버츠 감독에게 등번호 양도 가능성을 조심스레 물었다고 한다. 이에 로버츠 감독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터커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답이었다"며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의 슈퍼스타는 새 팀에 오면 원하는 번호를 당연한 권리처럼 달지만, 터커에게 다저스의 30번만큼은 허용되지 않았다.

대신 터커가 선택한 번호는 23번이었다. 새로운 번호의 배경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절부터 이어진 멘토 마이클 브랜틀리가 있다. 브랜틀리는 2019년 애스트로스에 입단해, 빅리그에 막 올라오던 터커와 함께한 코너 외야수였다.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을 못 뛰었던 2022년에도 클럽하우스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터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는 과정 내내 옆을 지켰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카일 터커(왼쪽)가 LA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터커 SNS] 2026.01.23 zangpabo@newspim.com

MLB닷컴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터커는 브랜틀리를 "가장 많이 붙어 다녔던 선배이자, 자신을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 준 사람"으로 표현한다. 그는 "휴스턴에서 올라오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운 친구이자 멘토다. 그가 달았던 번호를 고르고 싶었다"며 23번 선택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브랜틀리는 클리블랜드와 휴스턴에서 줄곧 23번을 달았다.

터커는 시카고 컵스에서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4년 2억4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구단 발표와 복수의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계약에는 6400만 달러의 사이닝보너스와 3000만 달러의 지불유예 금액이 포함돼 있다. 사치세 계산 기준이 되는 연평균 계약 총액(AAV)은 6000만 달러로, 현역 야수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지불유예분을 감안한 실질 연 평균 수령액도 5710만 달러에 이른다.

카일 터커. [사진=터커 SNS]

게다가 이 계약에는 2년 차, 3년 차 종료 후 두 차례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돼 있다. 터커는 다저스에서 전성기 2~3년을 보낸 뒤, 성적만 따라준다면 30대 초반에 다시 한 번 초대형 FA 계약에 도전할 수 있다. 다저스는 당장 3연패를 노리는 카드 하나를 더 확보했고, 터커는 자신에게 금전적·경쟁적 동기 부여를 동시에 줄 수 있는 팀을 택한 셈이다.

다저스는 이미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이라는 리그 MVP 출신의 중심 타선을 보유한 팀이다. 여기에 좌타 거포 터커가 합류하면서,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베츠–프리먼–터커–윌 스미스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콘택트와 출루 능력, 장타 생산력까지 갖춘 타자들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나서는 그림에, 현지에선 "현대 야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완성된 1~5번 타순"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시카고 컵스 시절 카일 터커. [사진=터커 SNS]

터커는 최근 두 시즌 동안 30홈런에 육박하는 장타와 0.370대 이상의 출루율을 동시에 유지했다. 공격에서만 4~5승 수준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기록했다. 2024년 휴스턴 시절 기록했던 타율 0.289, 출루율 0.408, OPS(출루율+장타율) 0.993급 생산성을 다저스에서도 재현한다면, 2년 뒤 다시 시장에 나설 때 3억 달러 이상 규모의 장기 계약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이제 남은 과제는 등번호 23번이 '브랜틀리의 번호'를 넘어, 다저스와 메이저리그가 기억하는 '터커의 번호'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zangpab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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