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출석 전문가 "방미 중 한국 통상본부장과 협상서 '비차별' 확실히 못 박아야"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의회가 우리 정부와 국회의 디지털 규제 움직임을 미국의 혁신 리더십을 위협하는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한국이 첫 타깃으로 지목됐으며, 쿠팡 등 특정 미국계 플랫폼 기업에 대한 한국 당국의 조사가 '공격적인 표적화'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 청문회 첫 질문은 '한국'… "한미 정상 간 약속 위반"
13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해외 디지털 규제 동향 관련 청문회에서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네브래스카)은 개회 직후 첫 질의 대상으로 한국을 올렸다.
스미스 위원장은 "한국은 작년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미국 기업에 대한 비차별 대우와 디지털 무역 장벽 제거를 약속했음에도, 여전히 미국 기업을 명백히 겨냥한 입법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한국 규제당국은 이미 미국 기술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표적 삼고 있다"며, 쿠팡 등 특정 미국계 플랫폼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조치를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스미스 위원장의 비판에 이어 동료 의원들의 가세도 이어졌다. 캐롤 밀러 하원의원(공화·웨스트버지니아)은 우리 사법당국의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와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수사를 가리킨 듯 한국이 "최근 두 명의 미국 경영인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 기술·엔지니어링 사무소를 두고 있는 쿠팡을 염두에 둔 듯 수전 델베네(민주·워싱턴) 의원은 "지역구인 워싱턴주에 있는 쿠팡 같은 기업들로부터 한국 규제당국이 이미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델베네 의원은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이 미국 기업의 손발을 묶는 구조라고 지적했고, 브래드 웬스트럽(공화·오하이오) 의원은 "동맹국이라면 특정 국가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벌금을 매기는 식의 보호무역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디지털 규제는 미 의회 내에서 초당적인 통상 압박 대상으로 확고히 자리 잡는 모양새다.
◆ "적법절차 없는 형사수사 연달아 제기"… 증인 출석 전문가, 한국 공정위 비판
증인으로 나선 나이절 코리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연구원(비상근 펠로)은 "한국의 규제 환경이 유럽의 문제적 흐름을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한국 경쟁당국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어 왔다"며 "이는 통상적인 규제 감독을 넘어 명백한 무역 현안으로 볼 수 있는 단계"라고 정의했다.
코리 연구원은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집행 방식을 정조준했다. 그는 "한국 당국은 형사 수사까지 수반될 수 있는 사건들을 연달아 제기하면서도, 조사 과정에서 기업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적법절차(due process)'와 안전장치가 매우 부족하다"며 사실상 '형사 수사 남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규제를 넘어 미국 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통상 위반 사항이라는 취지다.
◆ 방미 여한구 본부장 겨냥… "이번 협상서 대못 박아야"
이날 청문회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 정치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시점에 열렸다.
코리 연구원은 이 점을 언급하며 미 정치권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 한국 통상본부장이 미해결 현안을 조율하기 위해 워싱턴에 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기회를 활용해 한국 내 미국 디지털 기업들의 전망을 개선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적 보호 강화와 비차별 원칙을 이번 협상 결과에 확실히 못 박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미 디지털 통상 갈등 고조
이날 청문회에서 스미스 위원장은 지식재산(IP) 집약 산업이 미국 GDP의 41%를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규제라는 미명 하의 차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쿠팡의 전례없는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에 책임을 물리려는 우리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은 물론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경제 입법 전반에 대해 전례 없는 통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