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브랜드 실험 실패로
존치 여부도 불투명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 고급화를 내세우며 선보인 자체 아파트 브랜드 '안단테'가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과거 땅 투기와 일부 부실 시공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민간 참여형 사업 확대가 겹치면서, 시장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 "안단테 싫어요" 54개 단지 중 유지 1곳뿐
14일 LH 통계에 따르면 자체 공공주택 브랜드 '안단테' 도입 이후인 2020년 10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공급된 공공분양주택은 총 54개 단지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안단테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단지는 2021년 경남 창원시 공급 단지 1곳에 불과하다. 브랜드가 도입 초기 역할만 수행하고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셈이다.
이 기간 약 1만7000여가구가 안단테 이름으로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왔으나, 이후 시공사와 협의를 거쳐 각 건설사 브랜드를 적용했다. 4개 단지는 입주민 공모를 통해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를 단지명으로 채택했다.
안단테는 LH가 2020년 9월 신규 론칭한 공공주택 브랜드로, 공공주택의 고급화를 목표로 했다. 개발비로 5억원, 홍보비로 약 90억원이 투입됐다. 앞서 주공그린빌, 뜨란채, 휴먼시아, 천년나무 등 자체 브랜드를 선보였으나 정착에 실패했던 만큼 LH 내부에서도 안단테에 거는 기대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이 본격화된 건 2022년부터다. LH는 당시 브랜드 런칭 이후 분양한 공공주택에는 입주자모집공고문에 적용 여부를 고지했으며, 그 내용대로 안단테를 적용해야 한다는 계약상 의무가 있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신혼희망타운에는 브랜드 병기를 허용하면서도 일반 공공분양주택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일반 공공주택 수분양자 사이에선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이들은 단지명에 안단테와 시공사 브랜드를 함께 병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공주택 거주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전국 단위 협의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결정타는 2023년 발생한 인천 검단 사고였다. 안단테 이름을 달고 공급될 예정이었던 공공주택에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난 것. 철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미흡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이 확산, 안단테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결국 같은 해 4월 LH는 일반 공공분양주택에서도 안단테를 제외하고 단지별 브랜드명을 적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안단테 적용이 예정됐던 단지들은 잇따라 단지명 변경을 결정했다. 첫 안단테 브랜드 단지로 계획됐던 위례신도시 A3-3a블록은 2023년 '위례아너스포레아파트'로 이름을 확정했다. 고덕국제신도시 A54블록 역시 입주예정자 투표를 거쳐 '고덕국제신도시금호어울림아파트'로 변경되며 안단테를 빼고 시공사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 민참 확대한다는데…LH 브랜드 전략 재검토 불가피
부활에 힘을 쏟기도 만만치 않다. LH토지주택연구원이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 이미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5.9%가 공공주택 브랜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3.1%는 "공공주택 브랜드명에서 LH 명칭이 빠지는 것이 부정적 인식과 차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LH가 임대아파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로 꼽혔다.
그렇다고 LH가 공공주택 브랜드를 완전히 폐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주택 수주 과정에서 시공사가 자사 브랜드 적용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1군 건설사는 자체 브랜드를 달기 위해 내부 설계 기준 충족을 요구하는데, 공공분양은 LH가 설계를 완료해 제공하는 구조라 브랜드 적용이 어려운 사례도 발생한다.
LH 관계자는 "주민들은 브랜드 적용을 원하지만 시공사가 이를 거부하면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이 경우 시공사 고유 브랜드 대신 입주민 협의를 통해 자체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상표를 등록해 적용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올해부터 LH 직접 시행을 통해 민간 건설사가 턴키 방식으로 사업 전반을 맡는 민간참여사업 확대가 예고되면서 안단테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올해부터 5년간 민간참여 공공주택 약 5만3000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계 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구조인 만큼 자체 브랜드 네이밍에 제약이 거의 없다.
이 경우에도 안단테를 없애긴 불가능하다. 민간참여사업이 늘어나더라도 기존 도급 방식의 공공주택 공급이 일부 유지될 예정이라서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공공주택 브랜드를 만들 계획도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공공주택 시장에서도 대형 건설사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중견사 브랜드는 외면받는 양극화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소이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굳이 브랜드를 만든다면 일률적인 브랜드 부여보다는 단지마다 서로 다른 이름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브랜드보다도 주민들이 인근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공공임대주택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주택 품질을 높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