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소관, 교육부→복지부로
의료계는 연구·교육 기능 약화 '우려'
교육부, 가동 정책·예산 반영에 '한계'
복지부, 로드맵 마련…법적 근거 막혀
전문가 "국립대병원 망해…이관 촉구"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지역 국립대병원에서 최종 진료 기능이 약화되면서 환자와 의료진이 수도권 병원에 쏠리고 있다. 지역의 최종 진료 노후된 시설과 인력 유인 방안 등 국립대 병원에 대한 체계적 투자가 시급하지만, 현재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소관으로 예산 지원에 한계를 겪고 있다.[위기의 국립대병원 上] 지역 환자 80만명 수도권으로…"믿을만한 병원 없다"
2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교육위원회는 오는 26일 '제2차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지역의 최종 진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부인 국립대 병원 소관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 연구·교육 기능 약화 우려하는 의료진…교육부, 가동 정책·예산 '한계'
복지부는 국립대병원이 지역의 최종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부인 소관 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국립대학병원 설치 및 지원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국립대병원 9곳을 찾아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정은경 장관도 지난 14일 직접 나서 9개 지역 국립대병원장을 만났다.
반면, 국립대병원 의료진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립대 병원 교수는 "복지부로 이관되면 교육이나 연구는 축소되고 진료에만 방점이 찍힐 것"이라며 "교육부도 똑같은 정부인데 복지부로 이관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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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가동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어 국립대병원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가 어렵다. 반면 복지부는 의료인력확보, 의료 인프라 구축, 수가 인상, 전공의 배정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올해 교육부가 국립대병원에 지원한 예산은 1173억원에 불과하지만, 복지부가 내년 국립대병원에 투자하고자 하는 예산은 1283억원 이상이다.
의료계 우려와는 달리 복지부는 진료 기능뿐 아니라 연구와 교육 분야를 강화해 국립대병원을 산·학·연·병(산업체·학교·연구소·병원) 으로 성장시킬 전망이다. 전임교원·임상교수 정원을 확대하고 총 인건비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신속 채용 제도도 도입해 정원·채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진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는 이미 보건의료 연구개발(R&D)을 총괄해 교육부보다 예산 규모가 크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R&D 지원센터를 설립해 2027년까지 3년 동안 500억원을 투입하고 핵심연구지원시설 지원을 통해 국립대병원의 연구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교육 기능도 강화된다. 현재 국립대병원은 임상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임상·교육·연구 선순환 체계가 붕괴됐다. 복지부는 병원 현장에서 필요한 임상 인프라, 연구데이터, 전공의 수련체계를 지원해 교육과 연구 기능이 함께 발전하는 '임상 중심 선순환 구조'를 다시 살릴 예정이다.
◆ 복지부, 임상·교육·연구 '3박자' 동시 강화…"이관 후 인사·운영·자율성 보장"
문제는 복지부가 국립대병원 기능 강화에 대한 의지가 있더라도 국립대병원 소관이 교육부로 돼 있어 재정·제도 지원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예산을 요구할 때는 소관 부처의 근거로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예산 확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제도적으로도 복지부 이관 후 지역필수의료 수행기관으로 명시적 역할이 부여돼야 수가 가산 등 별도 인센티브 제도 시행이 가능하다.
김영수 경상국립대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 전달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환자를 입원하고 퇴원하는 기본 기능에 충실했다면 보건소 같은 지역의 보건의료기관과 공공병원의 중심에서 활동하려면 교육부보다 복지부 소관 아래에서 지원받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는 직접적 지원에 대한 근거가 약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복지부가 설명한 로드맵을 보면 연구 기능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며 "교수들이 국립대병원을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국립대 병원은 망한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부처 이관은 국민에게 어떤 결정이 이득이 되느냐의 문제"라며 "이관이 모든 문제를 즉시 해결하진 않겠지만 현 체계로는 지역의료 위기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공감했다. 이어 "지금도 지역의 중증·응급환자들이 갈 곳을 잃고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교육과 연구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국립대병원 기능 강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절실하고 소관부처 이관 후에도 병원의 인사상·운영상 자율성은 현재와 같이 법적으로 보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이 지역의료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국립대병원은 교육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