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위한 단속, 시장 부정적 영향 클 것
무엇보다 현행 단속 시스템이 안통하는 이유부터 해결해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지능화 되고 있다. 강력한 조사 권한이 필요하다" 국내 주택 정책 실무 책임자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의 발언이다. 발언을 곧이곧대로 해석해 부동산투기를 '범죄'로 간주하고 이를 소탕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느껴야 하겠지만 그저 부동산 세금을 올리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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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훈 건설부동산 선임기자 |
정부가 부동산 투기에 대한 각을 세우고 있다. 그 일환이 '부동산 범죄'를 잡겠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가칭 '부동산감독원'으로 불리는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다. 하지만 부동산 감독기구가 지금 상황에서 굳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상설 부동산 감독기구 출범을 위한 '부동산 감독 추진단'이 최근 결성됐다. 추진단은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을 위한 조직이다.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고 설립될 감독기구와 각 부처의 조사·수사 기능과 역할을 조정한다. 직제와 정원 설계, 인력·예산 확보도 맡았다.
추진단이 모체를 맡은 부동산 감독기구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등이 단속과 점검 기능을 통합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구체적인 조직의 구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토대로 하면 100명의 인력을 바탕으로 수사권까지 갖는 기관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래에 대한 상시적 감찰과 불·편법 행위 적발시 이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모두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기관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있으니 부동산감독원도 있을 수 있을 듯 하지만 부동산감독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적다. 무엇보다 현 시점이 부동산 감독기구가 상설화 돼야할 만큼 절박한 시기일까.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치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감사원'의 설치를 고려했지만 개인 정보 침해와 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비판에 따라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를 이재명 정부에서 재추진하는 것이다. 두번째 시도라 그런지 이번에는 딱히 반대가 심하지 않다는 특색이 있다.
감독기구 설치 이전에 먼저 부동산 범죄, 불법 행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전세사기 방지를 꼽는다. 부동산 감독기구가 있었으면 전세사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며 명분에 불과하다. 2023년 전국을 들썩였던 전세사기에서 불법은 없었다. 법을 어겨 대출을 받은 것이 아니었고 법에 정해지지 않은 전세 보증금을 받은 것도 아니다. 아예 이 모든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면 감독기구가 없었어도 현행 부동산 관리 시스템에서 적발이 됐을 것이다. '부동산 감독원'이란 거창한 조직이 아니라도 국토교통부나 지자체도 그 정도 단속 능력은 갖고 있다.
그런데도 전세사기는 일어났다. 2023년에는 집값이 떨어지니 전셋값도 떨어졌고 결국 시세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전세사기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들어 전세사기가 눈에 띄게 발생하지 않는 것은 단지 집값이 올랐고 전셋값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발생한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는 부실한 시행자가 원인이었지만 직접적인 문제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까다로워지면서 보증기관이 이들 민간 임대주택에 대한 보증을 거부하면서 생긴 측면이 크다. 역시 불법은 없었다.
더욱이 추진단이 밝힌 부동산 감독기구의 주요 단속대상은 부동산 불법행위 중에서도 위장 증여 등 부동산 탈세와 신고가를 등록한 뒤 취소하는 '가격 띄우기'다. 가격 띄우기는 전세사기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부동산 감독기구의 추진 업무를 예측해보면 결국 탈세 방지가 부동산 감독기구의 존립 근거인 셈이다. 시장에 공포심을 조성해 원활한 부동산 거래를 방해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는 게 바로 부동산 감독기구다.
또 한가지 부차적인 문제점이 있다. 생산성이란 하나도 없는 공무원 조직이 또다시 생겨난다는 점이다. 오로지 단속과 규제만이 목표인 부동산 감독기구는 100명 정도의 인력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비슷한 인력규모의 정부조직이나 공기업을 감안하면 연간 운영비용은 100억~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조직을 '먹여 살리려면' 결국 가혹한 수준의 부동산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벌금과 과태료가 '일벌백계'로 부과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서 할 일이 줄어들면 감독기구를 해체할 것인가.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 각종 신규사업을 만들어 더 방만해질 수는 있어도 할 일이 줄어든다고 조직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를 위해서라도 가혹한 단속은 계속 이뤄질 것이다. '단속을 위한 단속'은 또다른 시장 왜곡을 부를 수 있다.
무엇보다 의문점은 지금의 시장 상황이 수사권까지 갖춘 감독 기구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왜곡된 것인지다. 부동산 시장 왜곡에 대한 단속이 지금 수준으로 이뤄져선 안될 만큼 절실한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시장이라는 것은 완벽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도덕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시장경제 국가에서 시장을 적으로 해석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단속 일변도에 나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