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석으로 헤그세스 '전사 정신' 메시지 희석 우려"
대규모 해임 가능성 주시…군 정치화 논란도 확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긴급 소집한 이례적 규모의 전군 지휘관 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하면서 이번 회의를 둘러싼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0일 버지니아주 퀀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리는 회의에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이번 회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소집한 것으로, 준장 이상 지휘관과 선임 부사관 등 약 80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례적인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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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퍼레이드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WP는 국방부가 소집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군 내부에서 혼선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성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일 경우 지휘 공백이나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와 관련해 NBC뉴스 인터뷰에서 "군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긍정적인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아주 좋은 회의가 될 것"이라며 "전우애(esprit de corps)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전우애를 강조하며 "나는 장군들에게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존경받는 지도자들이자, 강하고 단호하고 현명하고 자비로워야 한다는 말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으로 헤그세스 장관이 강조하려던 '전사 정신(warrior ethos)'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짐 타운센드 전 국방부 고위 관료는 "이런 전례 없는 회의를 연 본래 이유는 헤그세스가 달라진 국가안보 전략을 직접 지휘관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는데, 트럼프가 참석을 결정하면서 모든 관심이 대통령에게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군이 '정치적 올바름'에 매몰돼 전투력이 약해졌다고 비판하며 장성 규모를 줄이고 전사 정신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C.Q. 브라운 합참의장을 포함한 공군 장군·제독 5명을 해임했고, 지난달에도 국방정보국(DIA) 국장 등 고위 지휘관을 전격 해임했다. 또 장성 숫자를 20% 줄이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대적인 군 수뇌부 개편에 나선 바 있다.
이번 행사는 수백 명의 1성 장군 이상 장성과 제독, 그리고 그들의 최고위 부사관들이 참석하도록 지난주 헤그세스 장관이 지시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사유는 제시되지 않아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혹시 대규모 해임이나 강등 발표가 있을지 우려가 번졌다.
중동, 유럽,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 장성들을 불러 모으는 데 드는 항공·숙박·교통 비용만 수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모든 지휘부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보안 우려가 제기된다. WP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대통령 참석 결정으로 인해 화요일 오전 해병대 대학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한 보안 태세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지침이 펜타곤에 내려졌다.
특히 행사가 열리는 화요일은 미국의 회계연도 마지막 날로, 만약 정부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핵심 인력들이 부대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가 대규모 해임이나 강등 발표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며, 군의 정치적 중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예일 로스쿨의 군사법 전문가 유진 R. 피델은 "이건 그야말로 '최고의 사진 기회(mother of all photo ops)'"라며 "군의 정치화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는 미국 국민에게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문제"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