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배우고 연구하는 김희수 MZ 대학원생
청년의 시각으로 본 포틀랜드·리옹·오노미치의 정체성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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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대학원생 |
우리보다 먼저 로컬 생태계를 고민하고 구축해온 해외의 로컬은 어떤 모습일까.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배우고 연구하면서 늘 궁금했다.
마침 뉴스핌이 진행하는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의 해외 현장 취재에 동행하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7~9월 뉴스핌 취재팀과 함께 직접 접한 미국 포틀랜드와 시애틀, 프랑스 리옹, 일본 오노미치는 저마다의 독특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미국 포틀랜드는 독립적인 가게들이 로컬 생태계의 원천이었고 시애틀은 글로벌과 로컬이 융합된 다중 스케일이 공존한다. 프랑스 리옹은 전통과 현대가 견고하게 이어져 있고, 일본 오노미치는 참신한 구상력으로 로컬 정체성을 개발해 확립시켰다. 이렇듯 각각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은 '조용하면서도 단단하게' 현재화되고 있었다.
◆ 포틀랜드에서 로컬의 자부심을, 시애틀에서는 글로벌과 로컬의 어우러짐을 엿보다
역사, 정치, 경제 등 전통적 중심지인 미국 동부와는 다르게 서부는 특유의 자유로운 색깔을 나타낸다. 삶의 템포가 느긋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Keep Portland Weird' 한 문장으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포틀랜드는 로컬의 활력을 남들과는 다른 변별력을 지닌 창의성과 함께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채워나가고 있다. 네모난 틀을 넘어 다양성을 가진 독특한 매력으로 승화시킨다. 바로 그 매력이 포틀랜드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드높이고, 경쟁력 있는 로컬의 선두주자로 만들었다.
포웰스 북스 서점(Powell's books store)은 포틀랜드가 추구하는 로컬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마치 도시의 심장부라는 것을 증명하듯 포틀랜드 길거리가 휑하다가도 모든 사람의 발걸음은 이곳으로 흘러드는 듯 북적인다. 또한 스타벅스보다는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 카페들과 개인의 취향과 색이 담긴 가지각색의 로컬 도넛 가게들이 포틀랜드 로컬의 색을 채우고 있었다.
포틀랜드의 로컬 사랑의 결정체는 포틀랜드 공항으로, 포웰스 북스 서점부터 블루스타도넛까지 가득찬 로컬 제품을 보여주며 포틀랜드가 로컬을 얼마나 사랑하는 도시인 지 생생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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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웰스 북스 서점과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오른쪽) |
시애틀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본사가 입지하고 있어 항상 바쁘게 굴러가는 '거대도시'라는 단어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도심 한편에서는 새로운 로컬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100년 넘게 자리잡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지역 소상공인들과 시민이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공간으로, 돼지 저금통 '레이첼(Rachel)'을 통해 누구나 기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는 존폐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오늘날에도 시민들이 지속해서 찾아오는 대표적인 지역 명물시장의 명성을 이어가게 했다.
포틀랜드와 시애틀은 서로 비슷하면서 다른, 그들만의 색깔을 증명하고 있다. 포틀랜드는 독립적인 로컬 가게들 그 개성 자체만으로 경쟁력을 발굴해 대표적인 로컬크리에이터의 성지로 발돋움했다면, 대기업이 모여 있는 거대도시 시애틀은 그 힘을 활용해 로컬과의 조화를 이루며 균형 있게 발전하고 있었다. 바로 로컬의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 리옹에서 로컬의 지속가능성을 느끼다
프랑스 리옹은 파리보다는 덜 친숙하게 느껴지는 도시이겠지만 파리를 뒤잇는 프랑스 제2의 도시이자 미식의 대표 도시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사실 리옹의 정체성은 전통적인 산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직물 산업의 성황으로 도시가 경제적으로 발전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과 형성된 노동자들의 결집력, 네트워크 자산이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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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ourt Circuit 협동조합 |
특히 이 네트워크 자산은 리옹 내에 위치한 협동조합 Le Court Circuit을 통해 현재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협동조합은 사장 없이 구성원이 공동 경영하는 구조로, 모든 이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고 운영한다. 또한 로컬 식재료를 사용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소비하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지역 커뮤니티를 잇는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의 진정한 특징, 그리고 상징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에 있다. 통상 개인 경영체 대표라는 독립적인 구조와 달리 수평적 관계의 집단적 성격이 강하며 모든 의사결정을 구성원 전체가 함께 내린다. 무엇보다 이들은 꾸준한 활동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에서 신뢰를 쌓고 주체적으로 지역을 이끌어 간다. 이는 조합의 사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가치 선택이 곧 지속 가능성의 핵심 비결임을 보여준다.
◆ 오노미치에서 로컬의 새로운 해석을 맛보다
오노미치는 히로시마 도심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일본의 조용한 작은 시골마을로, 레몬의 생산지와 오노미치풍 라멘으로 알려진 곳이다. 고령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형적인 형태의 한적한 소도시이며 언덕길을 따라 가옥과 절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바다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해안을 넘어서 여러 섬들이 펼쳐져 있는 경관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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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미치 청년 크리에이터 가게와 자전거 호텔 U2(오른쪽) |
하지만 이곳은 조용한 시골마을에 그치지 않고 다도해라는 자연적 지역자원을 활용해 6개의 섬을 연결, 자전거 전용 도로인 '시마나미카이도'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자전거 코스를 보유한 곳으로 지역을 브랜딩했다.
'자전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체성은 코스에 그치지 않는다. 자전거를 가지고 숙박하며 휴식할 수 있는 전용호텔 U2, 자전거 렌탈 가게들, 자전거를 싣고 타는 페리, 도시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들어서면서 자전거라는 정체성을 더욱 확장시키고 유일무이한 지역적 자산으로 성장시켰다.
이에 힘입어 고령 인구가 대부분이던 도시에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 몫을 해, 한층 젊어진 커뮤니티 구조를 형성했다. 지방 소도시 구성원들이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로컬리티를 세워나갔고, 지자체의 진취적인 태도가 그 안에 담긴 로컬의 힘과 가능성을 단단하게 구현하고 있다.
글쓴이 김희수 조교는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졸업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행정학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대학원생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지역 개발과 로컬 정책이며,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배우며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지역자원을 바탕으로 로컬콘텐츠 발굴, 지역의 지속가능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