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김천 상무가 연패에서 탈출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다가오는 10월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들이 있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김천은 현재 14승 7무 9패로 리그 2위(승점 49)에 머물러 있다. 선두 전북 현대와는 승점 13으로 격차가 크지만 순위표 바로 아래에 있는 3위 대전하나시티즌과 4위 포항 스틸러스와는 단 1점 차이로 앞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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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김천 상무 선수들이 전북전 승리 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9.23 thswlgh50@newspim.com |
김천은 지난 7월부터 치른 6경기에서 4승 2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31라운드 대전 원정에서 경기 막판 실점으로 흐름이 끊기더니, 곧바로 이어진 최하위 대구FC에게도 덜미를 잡히며 2연패 수렁에 빠졌다. 바로 아래 순위에 있는 팀들이 무섭게 쫓아오는 상황에 2위 수성에 큰 위기를 맞이했다. 더군다나 곧장 만나는 상대가 조기 리그 우승 확정을 노리는 전북이라 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천은 전북을 원정길에서 잡아내면서 2위 수성과 동시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분대장이자 팀의 주장 김승섭이 1골, 병장 박상혁이 1골 1도움, 이동경이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선두 전북을 격침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미드필더 맹성웅, 이승원과 측면 공격수 이동준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올 시즌 김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건 지난해 4월 입대한 김천 9기 선수들이다. 전역까지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으나 여전히 팀의 주축을 맡고 있다. 전북전에서도 선발 명단에서 2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말년 병장들이었다. 대체로 마지막 휴가를 떠나거나, 원소속팀 복귀를 준비하는데 여전히 선발 명단에 자리 잡은 모습은 이들이 팀 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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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김천 상무 주장 김승섭(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9.23 thswlgh50@newspim.com |
김승섭은 측면과 중앙을 활발하게 오가며 김천 공격의 중심이 됐다. 현재까지 K리그1 29경기에서 6골 3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다. 공격 포인트 10개를 앞두고 있고 최근 5경기에서 4골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하는 중이다. 팀 내 슈팅 수(63회)와 유효 슈팅 수 모두 2위(28회)로 이동경과 함께 화력의 중심이다.
분대장답게 프로 의식도 남달랐다. 김승섭은 전북전 종료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팀원으로 뭉치면서 이겨서 기쁘다"면서 "정말 소속감을 통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에, 전역이 한 달이 남았는데 승점 잘 쌓고 싶다. 2위를 사수하는 게 목표인데 끝까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팀에 대한 책임감을 나타냈다.
이동경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시즌 K리그1 최고 공격수 중 하나다. 올 시즌 10골 8도움으로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생산했다. 지난 29라운드에선 경기 막판 득점으로 2시즌 연속 리그 10골 고지를 밟았다. 활약에 힘입어 9월 A매치 원정 2연전에 나설 대표팀으로도 발탁되어 미국 상대로 골 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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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김천 상무 이승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7.14 thswlgh50@newspim.com |
측면 공격수 이동준은 빠른 스피드를 통해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수행했고, 박상혁도 프로 통산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중원에는 이승원과 맹성웅이 공수 조율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승원은 6월과 8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올 시즌 K리그1 신인왕 유력 후보로도 떠오르고 있다.
김천은 손쉽게 젊고 좋은 선수를 확보할 수 있는 팀 특성이 있다. 하지만 김천 입장에선 매년 반복되는 선수단의 변화에 대응하고, 임대 신분으로 와서 소속감이 없는 이들의 열의를 끌어내야 한다. 때론 동기부여가 없어진 전역 예정자들을 끝까지 뛰게 해야 한다. 하지만 9기 병장들은 부상 걱정도 잊은 채 몸 사리지 않고 사력을 다한다.
김천은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상위권 유지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이 빠질 10월 이후는 반드시 대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김천상무 9기 20명은 다음 달 28일 전역한다. 김천으로선 40명의 선수 중 절반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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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김천 상무 정정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5.09.23 thswlgh50@newspim.com |
더욱이 다음 입대는 11월이다. 시즌 막판 약 2개월 가까이 선수단 교체의 과도기가 불가피하다. 길어도 주축 병장들은 파이널 라운드 돌입 직후까지만 활약이 가능하다. 다행히 29라운드에서 11기 신병 민경현과 박태준을 실전 배치해 실험했다. 전역과 입대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무팀의 숙명 속에서 정정용 감독은 갖춰진 시스템 속 여전히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정정용 감독은 전북전을 마치고 "어려운 경기였지만 전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한 걸 잘 수행해 승리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9기가 곧 전역하면 명단 구성에 고민이 생기는데 기존에 있는 신병을 시스템 안에서 잘 기용하며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thswlgh5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