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부담 속 좌석 세분화로 수익성 강화
선택권 확대 긍정 평가와 공간 축소 논란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항공사들이 앞다퉈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싱가포르 노선에 투입하며 첫 발을 뗐고,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좌석을 확대하고 있다. 이코노미는 불편하고 비즈니스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항공사의 비용 구조는 더 나빠졌다. 유가는 지정학적 불안과 공급 변수로 들쑥날쑥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인건비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항공권 가격을 일괄적으로 올리는 데는 소비자 반발이 따르니, 기존 좌석을 세분화해 단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보완할 수밖에 없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바로 이런 계산법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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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산업부 기자 |
실제 요금은 이코노미보다 1.5배에서 많게는 2배에 달하고, 비즈니스보다는 절반 수준으로 책정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기재를 운영하면서 좌석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황금비율이다.
그러나 승객 체감은 제각각이다. 다리 공간과 서비스 개선에 만족하는 이도 있지만 '비즈니스와는 여전히 멀고, 이코노미에 비해선 애매하게 비싸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험인지, 단지 가격을 세분화한 결과인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항공사는 좌석 선택지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한다.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사이에 새로운 옵션을 만들어 승객이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예전보다 좁아진 이코노미 좌석을 가리기 위한 장치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항공권 가격 체계가 다층화되는 흐름이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표준화된 좌석군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 사이에서는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별도의 좌석군으로 자리 잡았고, 국내에서도 같은 변화가 뒤따르는 모습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항공사의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 요금 체계와 서비스 개선이 균형을 이룬다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반대로 가격과 만족도 간 간극이 커진다면 '가격 쪼개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승객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요금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브랜드 신뢰와 충성도에 오히려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결국 이 좌석이 혁신으로 남을지, 애매한 타협안에 그칠지는 항공사가 보여줄 진정성 있는 서비스 운영에 달려 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