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의 6월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3.6%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4.0%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전문가들은 지난달과 같은 수준(3.4%)을 예상했는데 실제 수치는 이보다 0.2%포인트 높았다.
서민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연료와 식품 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용 시장이 위축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물가는 치솟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영국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날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발표해 미국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이어 영국 물가도 예상치를 웃돌면서 글로벌 시장도 긴장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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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통계청(ONS)은 16일(현지시간) "6월 CPI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 전달에 비해서는 0.3% 올랐다"고 발표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주류, 담배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도 3.7%로 지난달 3.5%보다 높았다.
금융당국이 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서비스 부문 물가상승률은 4.7%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측한 4.6%보다 높았다.
ON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행인 리처드 헤이스는 "지난달 물가 상승은 주로 자동차 연료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작년 같은 기간에는 휘발유와 디젤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 올해는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식품 가격의 상승폭도 컸다. 케이크와 육류, 우유, 계란, 체다 치즈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식품 분야 인플레이션이 4.5%를 기록해 작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외 항공료도 201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이 같은 물가 지표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왑 시장의 움직임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영란은행이 올해 최소 두 번 더 0.25%씩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계속 베팅하고 있다"며 "다음 인하는 8월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제이 라자는 "8월 금리 인하가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내총생산(GDP)과 고용 시장의 둔화세가 충분히 진행돼 '점진적이고 신중한' 통화 정책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높은 물가 수준은 정부와 금융당국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정부는 일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올 들어 영국의 물가는 수도세와 에너지 비용, 지방세 등의 급격한 상승으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 전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파운드화는 장 초반 0.2% 상승한 1.340 달러를 기록했다. 금리 전망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03%포인트 상승한 3.8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