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전 1차관 "냉정한 인식 토대로 정책 마련해 달라"
김윤상 전 2차관 "실현되지 않은 꿈 이뤄지길 응원할 것"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권 교체기의 세종은 언제나 작별 인사로 분주합니다. 그리고 6월 초, 기획재정부에서도 두 명의 차관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앞서 일선에서 물러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췄던 김범석 전 1차관과 김윤상 전 2차관인데요. 이들은 이임식과 작별 편지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재부와 이별했습니다.
김범석 전 1차관은 13일 공식 이임사를 통해 "한 달 이상 장관 직무대행을 큰 탈 없이 마칠 수 있었던 건 간부들과 직원들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딘 조직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담은 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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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감범석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통상현안 관련 범정부 국내 대응 전담반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025.05.22 photo@newspim.com |
특히 김범석 전 1차관은 이임사의 대부분을 '기재부가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채웠습니다. 정권 인수기라는 불확실한 시기에 장관 역할까지 떠맡았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책의 방식'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는 라즈 체티(Raj Chetty)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경제학은 이제 과학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한 경험과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와 실험을 토대로 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당부였습니다.
특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국채지수(WGBI) 편입, 토지거래허가제 완화 등 주요 정책에서 시장의 반응이 얼마나 빠르고 예민한지를 체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과 더 활발히 소통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복합위기의 경제 상황 속에서 현실적이고 냉정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해 달라는 당부도 남겼습니다. 아울러 말미에는 "앞으로 자연인으로서 기재부를 응원하고 지지하겠다"는 애정 어린 말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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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윤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축전문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2025.05.21 photo@newspim.com |
김윤상 전 2차관은 별도의 이임식 없이 조용히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다만 직원들에게 남기고 간 작별 메시지가 많은 여운을 불러일으켰다는데요.
그는 "떠남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미래였고, 드디어 현실이 돼 눈앞에 다가왔다"면서 예고된 이별에 대한 소회를 담담히 고백했습니다. 이와 함께 "모든 짐을 내려놓은 안도감과 함께 짙은 여운도 남는다"고 썼습니다.
이어 "부임 후 지난 18개월간 오로지 국민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하고, 국가의 부를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수많은 꿈을 꿨다"며 "또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말미에는 "여러분과 함께 이루고자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들이 실현되기를 언제 어디서나 항상 응원하겠다"고 독려했습니다. 그는 이 메시지에서 '함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두 전 차관은 기재부를 떠났지만, 정책 하나하나에 담긴 고민과 충정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습니다. 고별의 순간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떠난 사람들이 남은 사람들에게 다음 질문을 넘기는 시간입니다. 이제 관가의 시계는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