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 동안 '1만3978명' 자살
정부 투자 부족으로 야간 상담 '불통'
경제적 해소 정책보다 상담 강화 필요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자살을 생각하는 주된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이 꼽혔다.
1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자살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하면 자살을 생각한 경험자 413명 중 44.8%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 시도를 생각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일 첫 국무회의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느냐"고 직접 질문해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과 자살을 생각한 경험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언제든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1년에 1만3978명 자살 선택…경제적 어려움, 원인 1위로 꼽혀
이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조 장관에게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느냐"고 물었다. 복지부 이슈 중 직접 언급함에 따라 국가 총력 대응 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계청의 10년간 자살 사망자 추이에 따르면 2023년 자살사망자 수는 1만3978명이다. 2014년 1만3836명, 2015년 1만3513명, 2016년 1만3092명, 2017년 1만2463명, 2018년 1만3670명, 2019년 1만3799명, 2020년 1만3195명, 2021년 1만3352명, 2022년 1만290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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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202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7.3명이다. OECD 38개국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인 10.7명 대비 2.5배가 넘는 수치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3년 자살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한 경험자 413명 중 44.8%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꼽았다. 가정생활의 어려움 42.2%, 정서적 어려움 19.2% 순이다.
다른 이유로는 '직장 또는 업무상 어려움' 15.6%, '신체적 질병의 어려움' 16.1%, '성적·시험·진로 어려움' 12.5%, '연인관계의 어려움' 10.3%, '정신질환으로 인한 어려움' 8.5%다.
경제적 어려움을 선택한 응답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인 경우 연령이 60~75세고 최종 학력이 낮을수록 자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주·자영업인 경우, 사별·이혼인 경우, 2인 이상 가구인 경우 자살률이 높았다.
◆ 자살시도 86% "자살예방 상담전화 확대해야"…현장은 '야간 불통'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 있는 제도가 추진되는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상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 새로운 정책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데 재정만 투입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상담 전화 등 여러 제도가 있는데 정부가 투자한 돈으로는 상담하는 사람을 뽑을 수 없다"며 "밤에는 상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인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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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상담전화 확대 응답 비율 [자료=보건복지부] |
이 교수는 "마련된 제도도 안 돌아가는데 새로운 정책만 마련하면 돈만 몇백억씩 쓸데없이 나간다"며 "자살률이 낮아진 일본의 정책을 보고 실질적으로 효과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실을 버틸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이를 위해 자살예방 상담전화 확대와 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살 시도를 한 응답자 86.3%도 자살 예방을 위한 심리 상담이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86.2%는 위기 상황에 언제든지 연결되도록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상담 전화를 하더라도 현실은 바뀌지 않지만 무력감, 우울감, 죄책감을 해결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은 수입이 없는 사람들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뒷받침이 잘 돼 있어 상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