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대선 앞두고 유증...규제 리스크 대비
유증 통한 경영권 방어...주주가치 훼손도 도마
금감원, 유상증자 제동…'주주소통 노력 미흡'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증시 상장사들이 유상증자에 속속 나서고 있다. 대선 이후 상법·자본시장법 개정 등 규제 변화를 대비해 기업들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 등 증시 부양책이 강화되고 기업 활동에 제약이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SDI(약 1조700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2조9000억원), 포스코퓨처엠(약 1조1000억원) 등 상장기업들은 올해에만 8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공식적으로는 시설 투자 등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목적이지만, 지배구조 개편이나 정권 교체 전 자금 조달을 서두르려는 흐름으로도 감지된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에는 경영권 분쟁이나 지분구조 개편을 통한 최대주주 변경 등에 유상증자를 활용해왔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기습적인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에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2차전지 업체 제이오를 인수하겠다고 공시했는데, 2차전지 사업 진출에 대한 적정성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거래소 측은 "경영권 분쟁 중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란이 있던 상장사와 본업과 관계없는 기업을 인수하고자 대규모 유상증자를 공시했던 상장사의 경우 주주가치 훼손 행위 관련 심사기준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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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표=금융감독원] 2025.05.28 y2kid@newspim.com |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관계 충돌이 심화되는 가운데 소액 주주 보호에 대한 의식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 자본시장 규제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선 이후 자본시장 규율 전반에 정책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상장사들이 유상증자 등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 이후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소액주주 권한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상 결정을 서두르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유상증자 역시 규제 변화 가능성에 대비한 방어적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제동을 건 것도 주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3조6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 규모로 조정했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그룹 자금과 오너 일가 관련 거래가 도마에 오르며 주가 급락과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고서 기재 누락 등의 이유로 금감원 정정 요구를 받았다.
지난 2월 유상증자 '중점심사제도' 도입 이후 금감원은 4월 말까지 총 16건의 유상증자 중 14건을 중점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주로 주주권익 훼손 우려가 있고 시장 영향이 큰 증자가 대상이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최근 기업들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잇따라 반려한 것과 관련 "증자 결정 배경, 논의 절차, 증자 효과 등이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공시되지 못하고 있으며 주주 소통 노력도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중점심사 대상 유상증자에 대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되도록 일관성있게 심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