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우리 안의 오적(五賊), 사라졌을까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어느덧 시인 김지하가 떠난 지 3주기
1970년 '사상계'에 발표한 '오적' 회고
55년 전 풍자와 해학... 이 시대에도 공감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김지하는 1970년 잡지 '사상계'에 발표한 담시 '오적(五賊)'에서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어 당시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부패와 비리를 해학적으로 풍자하였다. 그 후폭풍이 엄청나서 김지하와 편집자들은 줄줄이 고문당하고, 결국 '사상계'는 강제로 폐간되었다. 그 시대의 청년들이 뒤늦게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같은 시만 접하다가 풍자와 해학, 시적인 은유가 넘치는 청년 김지하의 힘 있는 시를 읽고 감격하고 공감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시인 김지하. [사진 = 김지하추모사업회] 2025.05.09 oks34@newspim.com

김지하는 판소리와 타령의 운율을 빌려 군부 독재로 멍들어 가는 시대를 한탄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오적의 행태를 실랄하게 비판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버릴 게 없는 명작이었다.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딱 이렇게 쓸 것이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치안 본부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 이야길 하나 쓸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오적'에는 다섯 도둑이 차례로 끌려 나온다.
'첫째 도둑 나온다/ 狾䋢(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 해 쓰고 돈으로 구두 해 신고 돈으로 장갑 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찌,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커프스 버튼, 금 버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지퍼,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이,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 뀌며 아그작아그작 나온다/ 저 놈 재조 봐라 저 재벌놈 재조 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 치고 계자 치고 고추장 치고 미원까지 톡톡 쳐서 실고추, 파, 마늘 곁들여 날름/ 세금 받은 은행 돈, 외국서 빚낸 돈, 온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 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 까기 여념 없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지하 담시 모음집 '오적'. [사진 = 동광출판사] 2025.05.09 oks34@newspim.com

'또 한 놈이 나온다./ 국회의원(匊獪狋猿)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 공약 휘휘 감고/ 혁명 공약 모자 쓰고 혁명 공약 배지 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일성, 쪽째진 배암 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舊惡(구악)은 新惡(신악)으로! 改造(개조)닷, 부정 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重農(중농)이다, 貧農(빈농)은 離農(이농)으로!/ 건설이닷, 모든 집은 臥牛式(와우식)으로! 社會淨化(사회정화)닷, 鄭仁淑(정인숙)을, 정인숙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라!/ 궐기하라, 궐기하라! 한국 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幽靈(유령)들아, 표 도둑질 聖戰(성전)에로 총궐기하라!….'

'셋째 놈이 나온다/ 跍礏功無獂(고급 공무원) 나온다. / 풍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죽죽 엄한 살,/ 콱 다문 입꼬라지 淸白吏(청백리) 분명쿠나/ 단것을 갖다 주니 쩔레쩔레 고개 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 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 보고 히뜩히뜩 저쪽 보고 헤끗헤끗, 피둥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 못해 문드러져 汚吏(오리)가 분명쿠나/ 산같이 높은 책상, 바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功(공)은 쥐뿔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 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 돼, 안 될 것도 문제없어, 책상 위엔 서류 뭉치, 책상 밑엔 지폐 뭉치…'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추모집 '김지하를 다시 본다'. [사진 = 개마서원] 2025.05.09 oks34@newspim.com

'넷째 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 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 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 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 차고 저기 차고/ 엉금엉금 기어 나온다/ 長猩(장성)놈 재조 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 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 한 개씩 나눠 주고 살은 혼자 몽창 먹고/ 엄동설한 막사 없어 얼어 죽는 쫄병들을/ 일만 하면 땀이 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 지을 재목 갖다 제집 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판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 놈 군기 잡자 주어 패서 영창에 집어넣고….'

'마지막 놈 나온다/ 장차관(瞕搓矔)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 껴 삐죽삐죽 술지게미 가득 고여 삐져 나와/ 추잡無比(무비) 눈곱 낀 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구나/ 이런 무식한 년, 國事(국사)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 팔려도 증산이닷, 餓死(아사)한 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 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 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 세단 있는데도 벤츠를 사다 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 먹고 입찰에서 왕창 먹고 행여나 냄새 날라 질근질근 껌 씹으며/ 켄트를 피워 물고 외래품 철저 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 나서 어허 거참 達筆(달필)이다….'

결기가 넘쳐나던 김지하도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주기가 됐다. 그는 말년의 언행 때문에 '변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청년 김지하의 결기는 지금 읽어도 대단한 언어적 감각은 물론 엄청난 용기가 수반되는 행동이었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볼기를 맞을 각오로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고발한 그의 용기는 당시로서는 목숨을 건 행동이었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지하의 첫시집 '황토' 초판본. [사진 = 시인 장석주] 2025.05.09 oks34@newspim.com

그가 '오적'을 쓰던 시대에서 우리는 참 멀리 떠나왔다. 어느덧 5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의 담시(譚詩) 속에서 거론한 지배 계층(?)들의 행태는 과연 달라졌을까. 작금에는 '오적'에서 몇몇 직업군을 갈아 끼우고 '신오적'을 쓴다면 낡은 내용의 시가 될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김지하의 시에 대입해 보니 그리 달라진 것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oks34@newspim.com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5.05.09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KT 과징금 539억, SKT의 40%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KT가 소형 기지국(펨토셀) 해킹 사고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53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앞서 유심 정보 유출 사고로 1347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SK텔레콤의 40% 수준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유출 규모와 정보의 민감성, 피해 대응 수준 등이 SK텔레콤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7.29 gdlee@newspim.com 개보위는 29일 KT가 불법 펨토셀을 통해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하게 한 책임에 대해 과징금 539억7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30일 밝혔다. 개인정보보호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음 매출액의 최대 3%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에 KT의 최근 3년간 연평균 무선서비스 매출인 6조6689억원을 기준으로 최대 1900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이 부과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SK텔레콤이 네트워크와 시스템의 보안 관리를 소홀히 해 2324만여 명의 유심 정보 등이 유출한 건에 대해서 개보위가 과징금 1347억9100만 원과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보위는 KT에 부과한 과징금의 기준을 5G와 LTE의 서비스 매출로 판단했다. 이번 해킹 피해 대상이었던 소형 기지국 펨토셀이 LTE 통신에서 사용되는 장비이며 5G 통신 설비가 확정되지 않은 곳에서는 LTE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5G와 LTE 서비스 매출을 산정 기준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양청삼 개보위 사무처장은 "KT의 경우 앞선 사례(SK텔레콤)와 비교해 확인된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유출된 정보도 임시값, 기기의 단말기 정보를 포함한 3종으로 달랐다. 피해 관련해 보상이라든지 시정조치 등이 신속하게 협조됐다는 점이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양 사무처장은 "앞선 유출 사고는 2300만명의 유심 정보가 유출됐던 건인데 비해 KT는 확정된 유출 규모가 1만6647명이라는 점이 고려됐다"라고 전했다. 악성 코드 감염 사고 건에 관련해서는 KT가 개인정보 유출 분석을 소홀히 하고 정부에 미신고했으며 사고 서버의 로그 일부를 삭제하고 조사 과정에서 거짓 자료제출 및 번복으로 위원회 조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고발하기로 했다. 이번 과징금 부과 및 과태료 등 개보위 처분에 대해 KT는 "개보위의 처분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지난 사고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불안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 보호 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재정비하고 있으며 보안 투자를 확대하고 전사적 개인정보보호 역량을 강화하는 등 사태 재발 방지와 고객 신뢰 회복에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origin@newspim.com 2026-07-30 13:40
사진
李대통령 지지율 53% [NBS]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가 2주 연속 하락해 53%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0일 공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7~29일 동안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7월 5주차 결과를 살펴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평가가 53%로 직전 조사인 7월 3주차보다 2%포인트(p) 하락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2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부정평가는 37%로 직전 조사보다 3%p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7월 5주차 [그래프=NBS]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국민의힘 21%, 조국혁신당 2%, 개혁신당 2%, 진보당 1% 순으로 나타났으며, 태도유보는 33%였다.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21%, 김민석 후보가 19%, 송영길 후보가 6%였고, 태도유보가 54%로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후보가 34%, 정 후보가 29%, 송 후보가 9%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56%로 과반이고,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33%였다.  부동산 가격 전망으로는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31%, 보합이 52%, 하락이 10%였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5%,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1%,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55%로 확인됐다.  전세대출 규제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1%에 그친 반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24%,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55%를 보였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 [그래프=NBS]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시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the13ook@newspim.com 2026-07-30 13:31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