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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모의 외교포커스] '트럼프 100일'이 보여준 한·미 동맹 변화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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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동맹관..."모든 동맹은 美 이익 위해 복무"
'가치 동맹'으로 진화한 한·미 관계 성격 변화 불가피
'韓, 트럼프 목표달성에 필요한 존재'로 인식시켜야
한미동맹 강화만 외쳐온 '70년 중독증' 탈피 출발점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2003년 9월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워싱턴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나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답을 전했다. 요지는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변화를 보인다면 이라크 파병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조건 제시에 파월 장관은 싸늘한 표정으로 "이건 동맹국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절박한 요청에 반대 급부를 요구하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충격과 실망감은 매우 컸다. 국내에서도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동맹 간에 거래 시도는 '부도덕한 외교'로 비난받던 시절이었다. 파월 전 장관은 2021년에 세상을 떠났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을 대하는 '태도'를 그가 봤다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9일로 트럼트 취임 100일을 맞게 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들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윽박질러 전쟁을 러시아에 유리한 상태로 종료시키고 전쟁 비용을 받아내려 한다. 그린란드는 차지하겠다는 의도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가자 지구와 파나마 운하 등을 다루는 그의 모습에서는 자유주의 국가의 리더였던 미국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전통적 외교 기조를 내던지고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의 미국은 단 100일 만에 세계 모든 나라가 피하고 싶은 깡패 국가가 됐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세상이 뭔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 이런 방식으로 결국 그가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질서가 무엇인지, 그런 게 있기는 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보호무역주의, 중상주의다. 그것도 힘을 앞세운 거친 방식이다. 무지막지한 관세를 부과한 뒤 협상을 하고 무역구조를 미국에 유리하도록 만들어 제조업을 부활시킨다는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관세 하나만으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그가 외교·안보 문제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가장 달라진 점은 동맹국에 대한 태도다. 트럼프의 최종 목적은 중국을 찍어누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국이나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이나 똑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다. 트럼프는 동맹국이 그동안 미국을 갈취해왔다고 비난한다. 캐나다·멕시코·유럽을 압박하면서 전통적 동맹국들을 마치 적대국처럼 대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동맹을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동맹 관계는 상호존중의 호혜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동맹국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함께 싸웠다. 한·미 동맹은 군사안보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기술·공급망·우주·기후변화 등 모든 글로벌 현안에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치 동맹,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등장으로 70년 동안 유지됐던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재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동맹 간에 거래를 하려한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일은 옛 이야기다. 오히려 거래를 해야 동맹을 유지할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도 과연 한·미 동맹이 작동할 수 있을까. 관건은 한국이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 재건'에 꼭 필요한 핵심 파트너라는 사실을 미국이 인정하게 만들 수 있는지 여부다.

한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방산, 조선업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한 한국은 막대한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국가이며 한·미 경제관계는 제로섬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로 형성돼 있다. 주한 미군은 미국이 스스로 밝혔듯이 북한의 위협만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존재다. 중국 베이징과 직선 거리 900㎞에 위치한 주한미군 기지는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전략적 입지를 갖고 있다.

한·미 관계는 이념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을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관계로 탈바꿈해야 한다. 트럼프가 목표로 하는 세계 질서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5위권의 군사력을 가진 한국이 트럼프의 목표달성에 필요한 국가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역대 한국 정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한·미 동맹을 진전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져왔다. 또 한·미는 모든 면에서 '이견이 없는 사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하는데 전념해왔다. 그러나 동맹 관계 진전 자체가 동맹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동맹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한·미 관계가 '빛 한줄기 샐 틈 없이' 완벽한 의견 일치의 관계가 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보다는 빈번히 발생하는 충돌과 갈등, 오해를 합리적 방법으로 조율하고 수용 가능한 해법을 신속히 내놓는 관계로 진화하기를 바란다. 또한 한국이 트럼프 출현을 계기로 자나깨나 한·미 동맹 강화만을 외쳤던 지난 70년간의 '한·미 동맹 중독증'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동맹 관계를 지향하기 바란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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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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