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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승리가 알린 '세계역사 한 시대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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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계화 피해자'의 분노를 정치 조직화
트럼프 승리는 일시적 현상 아닌 구조적 변화
'자유주의 국제질서'보다 '미국 우선주의' 지지
美국민 변화 선택으로 국제질서 대전환기 직면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많은 사람들은 왜 미국민이 중범죄자이면서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4년을 잘 버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미국민의 선택을 이해하려면 미국이 달라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또 달라진 이유를 알아야 한다. 또 4년을 버텨도 소용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트럼프가 물러나도 미국은 우리가 알던 과거의 '정상적인' 미국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몰락하고 냉전 이후 30년간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누렸던 미국이 쇠퇴하기 시작한 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 등장을 위한 토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서서히 퇴적되어온 것이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이론적으로는 전세계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체제다. 각국은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는 물건을 만들어 세계에 공급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의 물건은 수입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하지만 국가 내부에서 문제가 생겼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대기업과 금융회사는 상상할 수도 없는 부를 축적했지만 경쟁력이 없는 분야에 종사하는 국민들이 망해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일본·유럽의 자동차가 밀려들면서 자동차 산업이 무너졌다. 중국에서 값싼 전자제품과 일용품이 수입돼 모든 미국인들이 풍요로워졌지만 미국의 제조업은 몰락했고 중·북부 공업지대는 실업자가 넘쳐나는 '러스트 벨트'로 전락했다.

2011년 가을 뉴욕 맨해튼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라는 구호와 함께 시작된 시위를 취재한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 한복판의 주코티 공원에서 숙식하며 시위를 이어가는 각양각색의 시위대를 한 달 가까이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혼란스럽고 비조직적인 시위'라는 것이었다. 시위대에게는 직업·연령·인종·정치적 이념 등에 공통점이 없었고 요구 조건도 불분명했다.

무질서하고 조직적이지도 않은 시위가 석 달 동안 미국 전역을 휩쓸면서 맹위를 떨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노'였다. 확실히 그들은 모두 무언가에 분노하고 있었다. 다만 그 분노가 무엇을 향한 것인지 뚜렷하게 지목하지 못했다.

시위대는 주택가격 급등으로 영문도 모른 채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중산층이거나, 더 이상 아메리칸드림을 꿈꿀 수 없다는 점에 절망한 젊은 세대이거나,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임에도 자신은 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소외 계층이었다. 즉, 탈냉전 이후 전개된 '세계화 시대'의 피해자들이었다. 하지만 세계화의 부작용이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할뿐 아니라 누구의 책임인지 특정하기도 어려워 일단 가장 뚜렷하게 이득을 독점한 것으로 보이는 월스트리트와 상위 1%의 '세계화 엘리트'를 타겟으로 삼은 것이다.

미국 내에 팽팽하게 들어찬 분노가 기득권 정치로 향하도록 가장 먼저 조직화한 인물이 트럼프다. 그는 미국민들이 품고 있는 분노를 끄집어 내는 데 탁월했다. 경제적 불안과 불만에 찬 백인 저학력 노동자층을 자극하고 금융위기 당시 미국 대통령이 흑인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해 결집시켰다.

트럼프는 자유무역과 타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이 미국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주장해 지지층을 확장했다. 미국 몰락의 원인을 '이민·중국·전쟁 개입'의 탓으로 돌리는 단순 명쾌한 설명으로 유권자들을 열광시켰다. 또 민주당과 엘리트주의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산층을 희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주장이었지만 가장 성공적인 '선동'이었다. 정치적·경제적으로 양극화된 현실 속에서 이같은 '분열의 정치 기법'은 그를 소수의 기득권 세력에 맞서 다수를 위해 싸우는 전사로 인식시켰다. 불법과 허위·막말에도 오히려 지지도가 상승한 배경이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와 달리 이번에 경합주를 싹쓸이하고 전국 득표율에서도 앞섰다. 미국민의 트럼프 지지가 일시적 현상이나 일탈이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유주의 세계질서 유지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미국민들 확실하게 더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70년간 이어졌던 세계역사의 한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준다.

트럼프가 물러나도 그와 똑같은 주장을 '젠틀하고 지성적인 화법으로' 펼치는 제2, 제3의 트럼프가 계속 나타나 미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를 따라 중산층 재건과 보호무역 색채 강화 쪽으로 움직인 것도 미국 여론의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 안에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뤘고 한·미 동맹에 의존해 안보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한국이 정부 수립 이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완전히 다른 미국이다.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다자주의를 내세우고 민주주의의 확산을 외치던 미국은 이제 없다.

미국이 국제문제에서 완전히 발을 빼거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는 글로벌 현안이든 전쟁이든 미국의 이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거나 외면할 것이다. 고립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일방주의다. 모든 나라가 연쇄적으로 자국우선, 각자도생으로 움직일 것이다. 세계질서가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가치·선과 악·동맹 등 이념적 기준에 따라 외교기조를 설정한 한국의 앞날이 우려스럽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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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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