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수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17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CCTV에 따르면, 황 CEO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의 초청으로 이날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직후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앞으로도 중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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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번 방문은 미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저사양 AI 반도체인 'H20'에 대해 새로운 수출 허가 요건을 적용한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H20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성능을 낮춰 특별 제작한 제품으로, 현재 중국 기업들로부터 약 16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주문이 몰려 있는 상황이다.
젠슨 황 CEO는 이달 초, 4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논의하는 등 수출 규제 완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왔다. 이후 9일, 미국 공영방송 NPR은 트럼프 행정부가 H20에 대한 수출 제한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불과 닷새 뒤인 14일, 엔비디아가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5,000억 달러(약 71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H20에 대한 수출 규제 방침을 재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재고 처리 및 대응 비용 등으로 약 7조 원 규모의 손실을 입게 될 전망이다.
중국은 엔비디아에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2024~2025년 기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약 13%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 내 3,0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협력 중이다. 자사의 AI 플랫폼 '쿠다(CUDA)'를 사용하는 현지 개발자만 해도 약 150만 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H20 수출 통제 조치 직후 엔비디아 수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찾은 것은 단순한 사업 차원을 넘어 미묘한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엔비디아 측은 황 CEO의 이번 방중과 관련한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