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협상 가능성..저가 매수세 요인
연준, 금리인하 신중론 철회 가능성
음식료·유통 등 경기 부양 모멘텀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경기 침체가 아니란 것이 이번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통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하단지지선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해서 상호관세율을 높이고 나머지 70여 개 상호관세 대상국에 대해서는 90일간 이를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 약 13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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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5.04.11 stpoemseok@newspim.com |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로써 국내 증시의 하단 지지선을 확인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이러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보복 관세 조치 보류를 발표했기 때문에 관세 리스크로 인한 하단 지지선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로 한국 등 70여 개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받는 극단적 상황은 벗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미중 관세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10%의 기본관세도 유지될 것이므로,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협상 없는 무역 전쟁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가 아니란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관세 유예 조치가 국내 증시 내 투심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석 달간 유예한 동시에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상호관세가 협상 전략임을 강조하면서 관세 관련 우호적 협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는 한국 증시에 있어서 외인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10%의 보편관세만 부담하는 반면, 중국의 경우 총 145%의 관세를 부담함으로써 미국 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회복된 점도 호재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연준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관세 부과로 인한 수요 위축이 현실화된다면, 실물 경기 피해를 막기 위해 연준의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
이 연구원은 "3월 의사록과 최근 파월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재 연준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며 "관세가 경기 둔화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물가 상방 압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대규모 관세 부과는 오히려 급격한 수요 위축을 야기한다"며 "트럼프 정부 1기 당시인 2019년 초에도 연준은 소비 부진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책 스탠스를 전환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실물 경기의 피해를 막기 위한 연준의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 알 수 없는 트럼프 속내...美 장기금리가 '키포인트'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약 그럴 경우 한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증시 상단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황 연구원은 "대중국 125% 관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상존할 것"이라며 "또 이번에 유예된 상호관세 외에도 언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추가 관세 조치가 나올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에 유예되지 않고 지속 중인 품목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 철강이나 품목 관세 도입이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같은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증시 전반의 투심 개선에 상승했으나 향후 조정 심리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 장기금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미국 장기금리의 상승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 이후 미국 10년물 금리는 하락했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금리를 하향 안정화시켜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을 낮추길 바란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중 관세전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번 상호관세 유예로 트럼프 대통령도 자산시장발 경착륙과 같은 극단적 사태는 원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일자가 결정되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으므로, 음식료와 유통 등 경기 부양 모멘텀 하 내수주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