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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음모론을 넘어서는 시민역량  

기사입력 : 2025년04월01일 08:15

최종수정 : 2025년04월01일 08:15

하민회 (이미지21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해도 너무 한다 싶다. 연말부터 시작된 어수선한 정국, 나날이 심해지는 정치적 갈등에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피곤한 지경인데 산불까지. 며칠이 지나도록 잡히지 않는 불씨에 속이 타 들어가는데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요지는 잇따른 산불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인데 그 대상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한쪽에서는 간첩, 중국 공산당의 방화를 의심하고 다른 쪽에서는 강력한 불의 기운으로 악운을 밀어내는 일종의 호마 의식이 치러진 것이라 주장한다.

근거도 출처도 명확하지 않지만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기엔 충분하다. 여기에 북한 특수부대가 잠복해 공격 시기를 노리고 있다느니 경찰에 중국 공안들이 다수 침투해 있다느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각종 설들이 난무한다. 재난마저 음모론의 땔감으로 쓰이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극단적 갈등이 위험수위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정치적 음모론은 주로 정치적 불안정, 사회적 불만, 정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도 한 몫 거든다. 개인의 심리적 상황도 작용한다. 연구에 의하면 외로울수록, 수면의 질이 낮을수록 음모론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은 누구나 음모론에 끌릴 수 있다.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려면 단순한 설명이 필요하다. 흑이다 백이다 명확해야 판단을 내리기 쉽고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들이 존재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설명되지 않는 우연도 있다. 어쩌면 흑과 백 이상으로 큰 영역을 차지하는 건 회색일지 모른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피로감이 겹치면 대중은 허위정보에 압도당할 수 있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두려움은 시야를 좁게 만들어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적'이 등장한다. 예측 불가한 위협보다 구체적인 '악의 세력'을 설정하는 것이 통제력을 찾는데 용이한 탓이다.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집단적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7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정문에서 민주주의 지키는 서강대 대응행동 주최로 열린 탄핵찬성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2.27 yooksa@newspim.com

음모론을 더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반복, 확산시키는 것은 소셜미디어다. 음모론자들은 정통언론을 케케묵은, 통제가 가능한 언론으로 폄하하면서 그들을 통한 '공식 발표'는 믿을 수 없으니 현장에서 직접 밝혀낸 진실(엑스, 유튜브)를 보라고 주장한다. 마치 사이비교주가 자신만을 맹신하도록 세뇌하듯 갖은 허구적인 논리를 동원해 증명하고 또 증명하며 믿음을 강화한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음모론의 확산을 돕는다. 공신력이 높은 정보보다 사용자가 관심을 보인 정보, 사용자와 관계가 있는 (친구, 팔로워, 구독) 사람이 올린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개인화된 필터링 탓에 사용자는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콘텐츠만 보게 되고 자신의 견해와 같은 동질적 집단만 접하게 되면서 점점 더 크고 강한 목소리에 익숙해진다. 필터 버블이고 에코 챔버 (반향실 효과)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질 집단의 세상 속에 갇혀버리는 셈이다.

정보에 대한 불균형 못지 않게 과잉정보나 잘못된 정보이해도 음모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하루에 그 많은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날 수 없다는 상식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 3~4월에 전체 산불의 46%(251건)가 발생했다. 심지어 2002년 식목일엔 하루 동안 63건의 산불이 발생한 적도 있다.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봄철은 산과 들에 겨우내 메마른 풀·낙엽 등이 남아 있어 산불 발생 및 확산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산림의 대부분이 침엽수 중심으로 밀집도가 높고 수분 보유력이 낮은 '구조적인 가연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이번 산불이 기후위기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다 심각하고 진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명 사망, 중경상 54명.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하면 지금까지 대략 집계된 산불 구역은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능동로분수광장에서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건국인들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시국선언이 열리고 있다. 2025.02.27 mironj19@newspim.com

올해 초 세계를 놀라게 한 '캘리포니아 남부 산불'의 약 2만3200ha을 훌쩍 뛰어 넘는 4만5157헥타르(ha).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산불 재난이다.

이 비극적인 재난 앞에서도 우리는 극단적으로 갈라져 목소리를 높이며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정치적인 갈등이 정서적 갈등이 되어버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 간 사회갈등을 심각하게 느낀다는 응답이 77.5%로, 조사 대상 8개 항목 중 가장 높았다. 사회적 고립감 관련 지표도 전년보다 악화했다. 조사시점이 지난 해 8~9월이니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혼란 상황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우리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진실 속에 교묘하게 섞인 거짓과 거짓 속에 숨겨진 진실이 공존한다. AI가 일반화되면 우리를 현혹하는 더 많은 정보들이 등장할 것이다. 쏟아지는 과잉 정보 속에서 자칫 소셜미디어가 작동하는 방식에 의해 개인의 사회 정체성이 형성될 수도 있다.

알고리즘은 진실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분노, 욕망, 공포를 자극해 사용자 참여를 늘리는데 집중할 뿐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훼손당하지 않으려면 자기 판단이 옳은 지 수시로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06 pangbin@newspim.com

막연한 믿음보다는 일단 의심하는 태도가 현명하다. 정보를 대할 때는 경계심을 가지고 진위여부를 파악하고 출처와 전달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이 정보로 인해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 차근차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

명심해야 한다. 음모론은 진실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팔기 위한 것이고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음모론을 악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든다. 다수의 사람들이 얻은 정보를 그저 소비할 뿐 사실 확인에는 무관심하다.

머지않아 가짜와 진짜, 현실과 가공, 산한 의도와 악의를 구분할 수 있는 비판적인 사고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필수 시민역량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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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엑시노스 부활' 이 기사는 5월 21일 오전 10시0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 공개 예정인 폴더블 신제품에는 '엑시노스 2500·2400',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2나노 공정의 '엑시노스 2600'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과 제품 포지셔닝에 따라 퀄컴 칩셋과 병행 탑재하는 이원화 전략이 병행된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2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폴더블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칩셋을 일부 탑재한다. 삼성은 또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2600을 부분 탑재할 계획이다. 해당 칩셋은 2나노 공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Z 플립7에 엑시노스 2500, 보급형인 Z 플립7 FE에 2400이 각각 탑재될 예정"이라며 "상위 기종인 Z 폴드7에는 S25와 동일하게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경우 북미·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는 퀄컴의 새로운 칩(스냅드래곤8 엘리트2)을, 유럽 및 기타 글로벌 시장에는 자체 칩셋인 엑시노스 2600을 교차 탑재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며 "단, 고성능이 요구되는 울트라 모델은 전량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에는 3나노,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 S25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Z 폴드7과 S26 시리즈의 칩셋 탑재 방식 차이는 제품 포지셔닝에 따른 것이다. 폴드 시리즈는 플립 보다 상위 라인업으로 분류돼 퀄컴 칩셋을 적용하고, 유럽 등에서는 엑시노스를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울트라 모델의 경우 상위 기종인 만큼 지역에 관계없이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엑시노스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정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1분기 두 사업부는 각각 1조원대 적자를 낸 바 있다. 시스템LSI는 주요 고객사에 플래그십 SoC(System on Chip)를 공급하지 못했고, 파운드리는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인한 가동률 정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자체 칩셋 적용은 내부 수요를 통한 생산 가동률 확보, 공정 검증 및 설계-제조 일원화 구조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민감도가 낮은 시장을 중심으로 엑시노스 경쟁력을 확보하며 중장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엑시노스의 성공은 사업부 실적은 물론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엑시노스 탑재와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aykim@newspim.com 2025-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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