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군 인력 확보 및 성고충 개선 방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7년까지 여군 비율을 15.3%로 확대하겠다는 국방부 목표가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뉴스핌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해병대 및 병무청, 방사청 등이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발주한 연구용역 현황을 입수했다.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군 인력 활용성 제고 방안'(육군)은 한 건에 불과했고,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공군) 역시 한 건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실태조사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용역 발주 건수는 ▲국방부 72건 ▲합참 36건 ▲육군 24건 ▲공군 41건 ▲해군 45건 ▲해병대 34건 ▲병무청 16건 ▲방사청 65건으로, 총 333건에 비해 여군 인력 및 성폭력 대응 등에 대한 방안은 2건(0.6%)에 그친 것이다. 여군 인력 획득 및 처우 개선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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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지난해 7월 1∼12일 헝가리 육군 항공부대에서 개최된 제46회 국제군인체육연맹 고공강하대회에 참가한 특수전사령부 여성팀이 상호활동 강하를 완료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육군] 2024.07.14 parksj@newspim.com |
특히 공군은 지난 2021년 성폭력 피해자 이예람 중사 순직 뒤 병영 문화를 대폭 개선하겠다면서 성폭력을 예방·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군 성고충예방 대응센터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성희롱·성폭력 사건·사례분석 및 대응방안'을 한 차례 발주했을 뿐 현재까지 추가 발주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이 중사가 순직한 뒤 1년 6개월가량이 지나고서야 연구가 진행됐다.
육군은 정책실을 통해 (사)한국전략문제에 '미래 육군 여군인력 활용성 제고방안'을 발주해 지난 2023년 11월 30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국내외 여군 활용 현상 분석 ▲장기 여군 활용 방안 제시에 관한 한 건의 연구가 이뤄졌다. 해군과 해병대는 아예 한 건도 여군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하지 않았다.
여군 예비역 해군 중사 A씨는 "여군으로 가정을 꾸리는 게 어려움이 있다고 느꼈다"며 "부대에서 여군을 배려해 주기보다 여군에 대한 인식이나 처우 자체가 높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방부와 군에서 여군 관련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병역자원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현재 약 50만 병력을 가까스로 유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상비병력 유지 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인 '20세 남자 인구'는 지난해 약 24만5000명에서 2039년에는 약 15만6000명 수준으로 예측된다. 2040년대에는 '40만 병력'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국방부는 군인 간부 중 여성 비율을 2022년 기준 8.8%에서 2027년 15.3%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국방부의 계획은 사실상 현실성 없는 목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역 여군 중 희망 전역자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2명 수준이었던 여군 희망 전역자는 2023년 109명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여군 중사 희망 전역자는 2018년 20명에서 2023년 54명으로 2.5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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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김현겸 하사(앞줄 왼쪽)와 강수연 중사(앞줄 오른쪽)가 지난 2023년 12월 29일 도산안창호함에서 잠수함 출입항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2024.01.05 parksj@newspim.com |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은 "인구 절벽에 대한 문제는 90년대 말부터 나왔다"며 "여군 정원을 어떻게 설정할 건지 등에 대한 논의를 최소 10년 전부터는 했었어야 하는 건데 2027년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군을 늘린다고 하면 인력 구조나 일·가정 양립 문제 등 기존에 생각했던 병영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 올 텐데 (국방부 등에서) 타성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군대는 사실상 남성 문화인데 현재는 남성들도 남성성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군대 전체 문화를 개편하려면 여군을 활성화하는 방향이 도움될 수 있다. 여성들이 군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승진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본인의 적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문제인 성 관련 문제도 여성들이 많아지면 문화 자체가 바뀌면서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여성들을 유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데, 제대로 된 조치가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