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 인도 등과의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강화하도록 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경고는 유럽연합(EU)이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산 위스키에 5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나왔다. EU의 이번 조처는 미국이 12일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치의 일환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EU와 같은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들이 "매우 야심찬 협상 전략"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예로 EU·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EU·인도 간 FTA 협상 재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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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EU는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국가들이 포함된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을 25년 만에 마무리하고 유럽과 남미를 아우르는 거대 경제 단일 시장 출범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유럽 제품은 미국 및 일본 제품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남미 시장에 진입하게 되며, 연간 40억 유로(약 6조 원) 상당의 관세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된다.
또한 EU는 이달 10일에는 인도와 FTA 체결을 위한 협상도 재개했다. 양측은 미국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긴장 속에서 연내 FTA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중국, 인도 등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커틀러는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FTA를 강화하며, 다른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접근도 늘려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파트너들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하며, 이들 국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강화할수록 EU와의 지정학적 동맹 관계가 흔들려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퀀텀 전략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로슈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유럽은 (미국의) 대체 시장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이 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유럽의 대중 수출 통제 방안은 주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온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대가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면 유럽인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의 영향권에서 그만큼 멀어진다는 것이다.
커틀러는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타 각국이 다자간 무역 협정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특히, 지역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같은 협정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은 이들 협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홍콩은 RCEP 가입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최근 영국은 CPTPP에 가입했다. 커틀러는 "EU가 CPTPP 가입을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이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EU 등 주요 교역국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기관인 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스티브 올슨 연구원은 "트럼프는 무역 파트너들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때 미국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며, "그는 혼란 속에서 자신이 유리해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논리적 일관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