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관련 서류 제출
"예금 확보, 안정적 자금 조달 목표"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 약속을 배경으로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이 은행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1월 말에, 그리고 스텔란티스는 지난 2월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은행업 진출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포드도 이미 관련 서류를 FDIC에 제출한 상태다.
GM은 작년 여름 은행업 진출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GM의 금융 자회사 GMAC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적이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업계에서는 비금융 기업의 은행 소유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앞으로 4년 동안 '금산분리' 원칙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동차 '빅3'의 은행업 진출이 승인될 경우, 비금융 기업의 은행업 진출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3대 자동차 업체들의 신청을 승인하면 소매업체와 IT 기업, 그리고 이미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인 다양한 기업에 유사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은행업계 변호사들은 이미 여러 비금융 기업들이 자체 은행 설립을 위한 규제 승인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빅3' 업체들이 진출하려는 은행의 업태는 주로 산업자금 공급을 목적으로하는 '산업은행(industrial bank)'이다.
산업은행은 주 정부가 영업 허가를 내주지만 파산에 대비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제공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FDIC는 상업은행과 저축은행 고객들의 예금을 보장하는 정부 기관으로, 은행업을 하려면 반드시 이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고객에 대출 및 리스 계약을 지원하고, 딜러들에게 자동차 재고 해결을 위한 대출을 제공한다. 은행업에 진출하면 예금 수신 기능이 갖게 되는 만큼 채권 발행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외국 업체 중 도요타와 BMW는 이미 산업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 등 비금융 민간 기업의 은행 소유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기업 소유 은행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대출을 실행하면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던 부실 대출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20년 전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홈디포는 산업은행 인수를 추진했지만, 기존 은행들의 반발에 부딪혀 인수를 포기했다.
미국 독립 커뮤니티 은행 협회(ICBA)의 규제 고문인 미키 마샬은 "은행이 민간 기업에 의해 소유될 경우, 해당 기업은 고객에게 대출을 확대해 매출을 증대시키려는 유인이 생긴다"면서 "이 과정에서 점점 더 위험한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해당 은행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 워싱턴대 아서 윌마스 법학 명예교수는 "연방 규제 당국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신청을 승인한다면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유사한 요청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매사추세츠주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FDIC가 법을 충실히 적용한다면 이러한 신청은 거부될 것"이라며 "납세자들은 향후 수백억 달러 규모의 기업 구제금융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원 은행위원회 의장인 팀 스콧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은 "의회가 기업의 은행업 신청에 간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FDIC가 신청서류를 차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은행업 인가를 받게 되면 자동차 대출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 대변인은 "자동차 대출과 예금에 중점을 둔 은행을 설립하여 고객과 딜러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텔란티스는 FDIC에 제출한 서류에서 "자동차 딜러와 소비자들에게 필수적인 금융 및 예금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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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건주 포드 공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kongsik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