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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유보통합' 3가지 난제에 빠지다

기사입력 : 2025년02월07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2월07일 11:14

인력·재원·교사 통합 '고착상태'
유치원·어린이집 단체 반발 거세
교육부·복지부 협업 순탄치 않아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 경주해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980년대 들어 유아 보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기존의 보육시설을 '어린이집'으로 통합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에 따라 베이비시터, 보모, 보육사로 불리던 종사자들이 학점은행제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학점을 이수해 보육교사(2·3급) 자격을 취득하고 어린이집 교사로 활동해 왔다. 

40여년이 지난 현재 심각한 저출산으로 유아 보육 수요는 현저히 줄었다. 아이가 줄어들면서 어린이집·유치원 폐원 사태가 이어지자,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을 제시했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교육·보육시스템을 통합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정부는 유보통합 시행을 위해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 기대가 컸지만, 시범사업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시범사업 시작부터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더니, 유보통합 필요성을 제기하는 반대 목소리도 거세졌다. 올해부터 본사업을 예상했지만,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경제부장 정성훈

유보통합에 걸림돌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인력과 재원 통합 문제다. 그동안 유아교육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보육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관할로 이원화해 관리해 왔다. 복지부가 맡아온 어린이집 업무는 교육부로 완전히 이관됐지만, 양 부처 간 협업은 순탄치 않다. 복지부 직원 상당수가 의도치 않게 교육부로 소속을 옮기면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통합된 기관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지자체 대신 교육청이 맡는 협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보통합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각 주체의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유보통합 3법'이 조속히 개정돼야한다. 하지만 현장의 거센 반대, 지자체와 교육청 간 역할 갈등이 불거져 통과 시점은 점칠 수 없다. 

특히 국고 지원 등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와 지자체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정부는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교육재정에서 연간 5조원 이상이 유보통합 재정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말인즉슨 중앙정부에서 지자체·교육청에 내려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으로 유보통합 재정을 충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중앙 정부의 숨은 의도가 깔려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국민이 낸 세금 중 내국세의 약 20%와 교육세 일부로 마련된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교부금 규모는 66조3000억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2028년까지 교부금 규모가 88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저출산에 따라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자체와 교육청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중앙 정부와 지자체·교육청 사이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 특히 교육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늘어난 교부금을 유아교육 및 보육시스템 개선에 써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논리다. 지역 내에서 교육 관련 단체들의 입김이 워낙 세다 보니 정부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교사 자격을 통합하는 문제도 당면한 숙제다. 현재 유치원교사(만 3~5세)는 전문대학 이상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한 교원이지만, 보육교사(만 0~5세)는 전문대학 외에도 보육교사교육원이나 평생학습기관 등에서 학점이수 등으로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정부 차원의 관리 방식도 엄연히 다르다. 유치원교사는 교원신분이기에 사학연금에 가입하지만, 보육교사는 직장인으로 분류돼 국민연금에 가입한다. 유보통합이 이뤄지면 보육교사의 법적지위가 근로자에서 교원으로 변경된다. 이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적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학사 학위를 통해 '영유아정교사' 통합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학위과정도 영유아교육전공(가칭)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직에서 일하는 교사의 경우 통합교사자격을 신청만 하면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치원교사 자격이나 보육교사 자격 중 한가지만 가지고 있는 미종사자의 경우 특별교원양성과정이나, 대학(원) 신편입 과정 중 하나를 선택해 통합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일해 온 보육교사들 사이에서는 공부를 더 하느니 직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통합교사 자격 취득을 위해 학교를 몇년 간 더 다니는 게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장의 생계 유지를 위해 어린이집에서 일해 온 보육교사들이 많았던 만큼 이해는 가는 대목이다. 

정부는 유보통합을 추진하며 교사의 자격과 양성을 강화하고, 교사의 처우와 근무생태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취지는 언제나 그럴싸하다. 정부가 목표한 대로 이행이 잘 된다면 교육시스템의 한 획을 긋는 반면, 실패한다면 교육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꼴이 된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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