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1) 벨라루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7연임에 성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그의 당선을 축하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벨라루스 대선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사기"라고 말했다.
루카셴코는 벨라루스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지 약 2년 반이 지난 1994년 7월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31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재선까지만 허용했던 헌법을 바꿔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이 86.82%의 득표율을 기록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5년 전 대선보다 득표율이 5%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루카셴코 이외의 다른 4명의 후보는 2~3% 수준의 득표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선거라는 구색을 갖춰주기 위해 출마한 허수아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루카셴코에 반대하는 모든 야권 지도자들은 감옥에 있거나 망명 중이고 벨라루스의 모든 언론 매체는 루카셴코를 응원했다"면서 "그의 승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BBC 등 외신은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의 선거 벽보나 선거 캠페인도 보이지 않았고, 국민들은 선거에 무관심했다고 보도했다.
5년 전 대선에 출마했고 지금은 리투아니아에 망명 중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런 희극을 설명하는데 선거라는 단어를 쓰면 안된다"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독재) 권력을 강화하려는 루카셴코의 연출된 공연"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루카셴코는 81% 득표율로 6연임에 성공했으나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와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자 그는 무차별 강경 진압에 나섰다.
AP통신은 "당시 9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벨라루스에서 6만5000명 이상이 체포되었고, 반대 의견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으로 수 많은 사람이 투옥되거나 외국으로 추방됐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벨라루스 감옥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알렉시 비알리아츠키를 비롯해 1300여명의 정치범이 아직도 수용돼 있다"고 했다.
루카셴코는 인도적 이유라며 작년에 250명을 석방했다.
루카셴코는 자신의 반대자들이 투옥된 것에 대한 질문에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에서는 누구든 말을 하는 것을 막진 않는다"면서 "감옥은 입을 너무 크게 벌린 사람들, 솔직히 말해서 법을 어긴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는 푸틴과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훈련 장소와 공격 루트를 제공하는 등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그는 푸틴을 지지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가능성에 대해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005년 루카셴코에게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를 별명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