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가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 군축 협상' 제안에 "빨리 협상 과정을 시작하는데 관심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다만 협상 대상에는 미국 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핵 전력도 포함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23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중국과의 핵 군축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비핵화(denuclearize)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 때 트럼프 발언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타스 통신의 요청에 "우리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가능한 빨리 협상 과정을 시작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모든 핵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프랑스와 영국의 핵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현실이 그렇다"고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0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전략 핵탄두 제한을 골자로 한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체결했고, 이 조약은 2011년 2월에 발효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 2023년 2월 이 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지난 2018년 10월 러시아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것을 문제 삼으며 1987년 미국과 구소련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핵 군축과 관련된) 법적 체계가 훼손된 것은 우리 탓이 아니다. 공은 모든 실질적 접촉을 중단한 미국 쪽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시점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는 준비돼 있다. 러시아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할 준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