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고환율 영향' 조사⋯ 산업별 기상도 발표
조선·자동차·기계 제외한 대다수 업종 '흐림'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고환율 기조가 수출 효과에 대한 기대감보다 원자재 수입비용 및 해외투자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당분간 고환율 지속이 예상되면서 '환율리스크'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주요 업종별 협회 12곳과 함께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기상도로 표현한 결과, 바이오·반도체·배터리·철강·석유화학·정유·디스플레이·섬유패션·식품산업은 '흐림', 조선·자동차·기계산업은 '대체로 맑음'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고환율 산업 기상도: 최근 고환율 기조가 주요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 [자료=대한상의] |
대한상의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은 원료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고 해외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
철강업은 수요산업 부진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 높은 원자재 수입 비중으로 인한 어려움이 컸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 수요산업 부진 및 중국 과잉생산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로 환율상승의 혜택도 제한받는 상황에서 철광석, 연료탄 등 거의 전량 수입하는 원자재 부담마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악화를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기초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고환율 지속에 따른 채산성 및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원유수입 시 은행이 우선 수입처에 대금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후 정유사가 은행에 대금을 상환하는 구조인데, 환차손이 발생해 경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설비가동률과 투자 축소 가능성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도체산업은 제조원가 및 해외투자비 상승을 우려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품목이고 달러결제 비중도 높아 환율상승에 따른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반도체분야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30% 수준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국내 주요기업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상쇄된다"고 진단했다.
배터리산업 역시 대규모 해외투자에 따른 외화부채와 리튬, 흑연 등 핵심 원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로 인해 우려를 표했다.
디스플레이산업도 '흐림'으로 전망됐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등 해외 제조공장의 건설비와 장비 구매액이 늘면서 업계부담이 커지고, 국내에선 노광장비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의 구매비용이 증가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수요기업의 사전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출량 변동이 적어 환율상승 시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고환율의 긍정적 측면을 더 크게 보는 곳은 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 자동차, 기계산업이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상승에 따른 판매가 상향, 수요시장 위축, 물류비 상승 등 역풍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2기에서 관세인상, 금리인하 속도 조절 등이 시행되면 당분간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고환율 파고에 휩쓸리지 않게끔 환헷지 등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미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라인 확대 추진, 환율 피해 산업에 긴급 운영 자금 및 금융지원 제공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