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석연료 정책, 정제마진 상승 기대감
보호무역 우려…사업전략 다각화 필요성
업계 일각 "화석·친환경연료 모두 챙겨야"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국내 정유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미국발 원유 공급 확대로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불확실성도 함께 커져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의견도 있어 당분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화석 에너지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부터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며 석유 시추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 [사진=뉴스핌 DB] |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요직에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내무부 장관 겸 국가에너지 의장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을 에너지부 장관 겸 국가에너지회의 위원에, 리 젤딘 전 하원 의원을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내정됐다. 모두 친 화석연료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는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석유 시추 관련 규제가 해제되면 석유 생산이 늘어나게 된다. 미국발 석유 공급이 확대될 경우 공급 증가로 인해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친화석연료 기반의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원유시추량을 늘려 국제유가가 하락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 하락, 석유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했다. 캐나다는 수출 1위 품목인 원유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높아진다면 미국 수출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으로 원유 수입국이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말 진행된 '2024 석유콘퍼런스'에서 "미국이 캐나다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캐나다 원유는 미국으로 덜 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정유 업체들이 원유 조달에 있어 유리한 국면을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여러 가지 관점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하나의 전략만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 속에서 친화석연료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계속 주고 있기 때문에 큰 흐름으로 잡아가는 동시에 SAF 같은 친환경 연료 시장도 같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