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시장, 연초 이후 매매값 강세 지속
거래시장 냉각, 내수경기 침체 우려에 급매물 늘어
대출규제와 시장 불확실성도 영향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거래 침체에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강남권 아파트들이 최근 직전 거래가 대비 수억원 낮은 금액에 실거래되면서 내림세가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정비사업 기대감, 똘똘한 한 채 등으로 강남권 아파트는 지난 7월 이후 나타난 거래 침체기에도 상승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매수세가 급격히 감소하고 경기둔화, 대출규제 등으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급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경기 하강으로 아파트값이 직전 거래가 대비 최대 4억원 빠지며 연초 수준으로 회귀한 강남권 아파트가 늘고 있다.
서초동 '삼풍아파트'는 전용 79㎡가 이달 초 22억9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격 26억~27억원과 비교해 3억원 넘게 하락한 것이자 2021년 역대 최고가 대비 5억10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재건축 기대감에 연초 이후 상승 거래가 지속됐으나, 연말을 앞두고 수억원 낮은 금액대 거래가 이뤄졌다.
주택경기가 냉각되면서 올해 상승세가 지속되던 강남권 아파트도 급매 거래가 늘고 있다. 제2롯데월드에서 바라본 잠실주공5단지 모습 [사진=이동훈기자] |
이 단지는 지난해 11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7년 된 아파트로 서초동 일대에서 2000가구 넘는 유일한 단지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지난달 전용 192㎡가 직전 거래가 28억5000만원 대비 5억2500만원 하락한 23억2500만원(6층)에 거래됐다. 1988년 입주한 이 단지도 재건축을 추진하며 올해 매맷값 강세를 기록했으나 거래감소와 경기위축에 연중 최저가로 떨어졌다. 역대 최고가는 2022년 기록한 30억8000만원이다.
강동구 '힐스테이트 강동 리버뷰'는 전용 84㎡가 이달 12억7000만원(6층)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가 13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1억1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올해 최저 거래금액 13억원보다 낮은 금액이자 최고가 대비로는 3억7000만원 떨어졌다. 하락 거래가 이뤄지면서 급매물 매도호가가 12억5000만원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상승 거래가 꺾인 이유는 거래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급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7000건을 돌파하며 연중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9월에는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달에는 2000건대 방어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거래가 줄면 일반적으로 집값 하락을 자극한다. 개인 사정 등으로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도호가는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하락폭은 더욱 커진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 등으로 매수심리는 하락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0으로 전주(98.6)보다 0.6포인트 내렸다. 10월 셋째 주부터 9주 연속 지수가 하락세다.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해 수요와 공급 비중(0~200)을 지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대출 규제도 거래시장 반전에 부담을 주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이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됐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축소했다.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아파트값 하락 거래에도 강남은 대기 수요층이 많다 보니 타지역 대비 가격 지지선이 강한 상황"이라며 "다만 거래시장 냉각이 장기간 지속되고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급매물이 쌓이며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