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남, 광주 등 곳곳 청소년들 "정의로운 나라 원해"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학교와 교과서에서는 민주주의와 민주시민에 대해 가르치면서 청소년에게 '공부나 해', '가만히 있어'라고 한다면 모순적이지 않나요? '왜 세상은 배운 대로 굴러가지 않는 거야'라는 저항감에 참여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난다 씨는 12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전국 각지 중고교 학생들이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일 청소년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 모습. [사진=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제공] |
난다 씨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내가 투표권이 없지 할 말이 없냐', '우리가 발언권이 없냐'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며 "(유권자가 아니더라도) 사회에 사는 사람으로서 뉴스를 보고, 그 이후 상황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지음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기자회견을 열며 '만 19세 미만 청소년 4만 9052명이 참여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청소년 시국선언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대전 중학교 이준원 학생(13세·남)은 "명분이 없는 계엄을 한 것에 대해 화가 났고, 윤석열 정권 이후 학생 인권이 후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김 여사 의혹, 채 상병 사건에도 분노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수영(18세·남) 씨는 "교육의 제1 목표는 민주시민 양성이라고 하지 않냐. 정치참여는 민주공화국에 중요한 요소이고,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라며 참여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 용동중학교 유건우 학생(15세 남)은 11일부터 시국선언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유 학생은 "학교 근현대사 시간에 이전 계엄령 사태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배우면서 현 사태의 심각성과 잘못된 정치 결정이 우리 미래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느꼈다"며 "침묵하는 것보다 미래 세대 주인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명일여고에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대자보. 지금은 철거된 상태다. [사진=독자 제공] |
학생회 또는 지역 청소년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 서울 충암고 학생회도 지난 10일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윤 대통령을 지탄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충암고 학생회는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 잘못된 행위였다. 시민의 분노에 백번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경남 간디고 학생들은 6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법적 처벌을,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정의로운 나라를 원한다"라며 시국선언을 했다.
인천여고와 송곡여고 학생회에서도 각각 9일과 8일 시국선언문을 냈다.
인천여고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일구어진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기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움직인다", 송곡여고는 "민주 시민으로, 학교 자치를 이끄는 총학생회 일원으로 세태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내용을 밝혔다.
광주시 중고등학생 7018명은 11일 SNS에 일동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광주시 중고등학생들은 비뚤어진 사고 방식과 이기적인 욕망으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여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에 동조해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한 모든 책임자에게 강력히 요구한다"고 선언했다.
인천 성리중 3학년 회장단은 11일 "교과서 속에서만 볼 줄 알았던 '계엄'이라는 단어가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라며 "피와 땀으로 지켜내고 발전시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한순간 무너져 내렸다. 우리도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