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미술관 '타이틀 매치' 영상·설치·회화 등 35여점 전시
기후 이변, 전쟁 등 세계가 처한 위기 통찰하는 신작 프로젝트 4건 공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연례 대표전인 시립 북서울미술관가 10년 만에 여성 2인의 전시로 돌아왔다.
4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는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 '돌과 밤''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최은주 서울시립 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홍이현숙·염지혜 작가와 권혜인 학예연구사, 김성은 운영부장이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mironj19@newspim.com |
이번 타이틀 매치의 홍이현숙, 염지혜 작가는 동시대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작가들이다. 신구 2인전이라는 대결의 구도 대신, 공명하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각자 다른 통찰력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돌과 밤'이라는 주제에서 기상이변, 전쟁, 기술 경쟁이 교차하는 세계를 주시한다.
이날 최은주 관장은 "어제 밤 자정까지 기자간담회를 취소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무사히 기자간담회를 하게 됐고, 어려운 와중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전시장을 먼저 둘러봤는데 신작의 제작 과정, 그 제작의 결과까지 '돌과 밤'이라는 두 단어에 압축이 되어 있다. 이 단어가 우리의 삶에 비유하고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걸 느끼게 했던 전시라고 생각한다"라며 "모든 것이 상징어처럼 다가왔다. 한국이라는 사회가 갖고 있는 수많은 아이러니, 그걸 극복해가는 우리들. 그 안에서 예술의 영역에서 메시지를 전해주시는 작가들까지. 모든 분들의 에너지가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전했다.
최 관장은 "두 분의 작업이 쉽지 않은 과정인데, 설명 없이 즉흥적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요소가 있다. 그런 작품을 이번 전시를 보여주시고 있고, 보여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작가들이 계속해서 쥐고 갈 예술적 화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작가의 작품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펴주시고, 작가들이 모이게 된 타이틀매치라는 의미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는 '2024 타이틀 매치' 전시 전경 2024.12.04 alice09@newspim.com |
김성은 운영부장은 이번 타이틀 매치에 대해 "두 명의 작가가 서로 겨룬다기보다, 대화하고 협업하는 가운데 각자의 예술세계를 확장하고 동시대 미술에서 가장 쟁점이 되어야 하는 주제와 담론을 발굴하고 제시하는 것이 타이틀매치의 주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시립미술관은 '의제'라는 것이 있다. 작가들이 미술관 의제에 어떤 관점을 제시해주는가 역시 중요한 기획의 논지"라며 "올해 저희 미술관의 의제는 '연결'이다. 두 작가의 '돌과 밤' 전시에는 인간과 비인간, 우리와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홍이현숙 작가는 "어제 늦게까지 작업을 하느라 다른 생각이 안 든다. 제가 이 나이가 되도록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작업을 매일 새롭게, 무모하게 하고 있는데 그런 지점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지혜 작가는 "어제 밤 일도 있고, 개인적인 일도 있어서 머리가 하얗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작가님과 함께 전시를 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는 '2024 타이틀 매치' 전시 전경 2024.12.04 alice09@newspim.com |
이어 "선생님 작업을 간헐적으로 여러 곳에서 봤다. 실제로 어떻게 작업을 하시는지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공동작업을 제안 주셔서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주 충분하게 서로의 작업을 이해하기에는 서로 삶의 속도가 다르다 보니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지금부터 앞으로 4개월 동안 전시가 되니까 앞으로 선생님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이현숙 작가는 가부장적 사회와 인식, 시선에 저장하는 여성주의 작품ㅂ터 ㅂ인간 존재와의 공생을 말하는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염지혜 작가는 영상 매체의 무빙 이미지 내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대안적 관점과 새로운 말하기 방법을 제안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권혜인 학예연구사는 "올해 11회를 맞이하면서 동시대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홍이현숙, 염지혜 작가를 초청해 10년 만에 여성 작가의 2인전으로 구성했다. 여성작가 2인전은 1회 '강은엽 vs. 김지은' 이후 10년 만이다. 공명하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각자 다른 통찰력을 선보이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시제목에 대해 "'돌'과 '밤'은 두 작가가 각자 집중하는 화두이자 재난의 상황을 의미하는 '밤', 신체적 감각이자 다른 존재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물질적 감각으로서의 '돌'이라는 의미가 있다. 동시대 현상을 예민하게 감각하며 자신의 신체를 통해 사고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2024 타이틀 매치'에서 선보이는 홍이현숙 작가의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인수봉' 2024.12.04 alice09@newspim.com |
이번 '2024 타이틀 매치'는 전시실1, 2 및 프로젝트 갤러리 1, 2 등 미술관 전관을 사용한다. 먼저 1층에서는 홍이현숙 작가의 신작과 연계 작품을, 2층에서는 염지혜 작가의 신작 영상, 회화, 책을 선보인다.
권 연구사는 "두 작가는 기후 이변, 전쟁, 성장지상주의 등 세계가 처한 위기를 통찰하는 새로운 신작 프로젝트 4건을 공개한다. 이를 포함해 총 35점이 전시된다"고 말했다.
전시실1에서 홍이현숙 작가는 최근 몇 년간 전개해온 '돌'에 대한 모티브를 발전시켜 세계 곳곳의 갈등, 난민 발생 같은 반동적 상황 속 민족과 국가, 삶과 죽음을 넘어 공존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상 작품 '아미동비석마을'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인수봉'을 높이 10m의 전시장으로 가져와 기후 위기, 비인간과의 관계를 피부에 와닿게 물질적으로 감각하게 한다. 홍이현숙 작가는 뉴스핌에 해당 작품에 대해 "저를 포함한 8명의 퍼포머가 클라이밍을 한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크레용을 활용해 바위 표면을 프로타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맡은 부분은 작품의 맨 왼쪽"이라며 "작품을 준비하면서 암벽에 조금의 칠이 묻기도 했는데 청소까지 최대한 열심히 했다. 다친 사람 없이 안전하게 끝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2024 타이틀 매치'에서 선보이는 염지혜 작가의 '마지막 밤' 2024.12.04 alice09@newspim.com |
또 프로젝트 갤러리1에서는 이번 신작들의 뿌리라고 할 작가의 기존 영상 작품 11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2와 프로젝트 갤러리2에서 염지혜 작가는 '밤'을 모티브로, 팬데믹 동안 잃어버린 성장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폭발적으로 가속하고 있는 현세계에 대해 숙고한다. 작가는 내장에서부터 느껴지는 가속과 소진, 파국이 도래하는 징후의 감각과 무력함을 '마지막 밤'과 '한낮의 징후'에 나눠 담는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두 작가의 목소리로 완성한 사운드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두 작가가 각자의 문제의식에서 파생된 짧은 글들을 주고받는 대화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권 연구사는 "두 작가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감각과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융합되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물리적 관계적 감각인 목소리를 바탕으로 공동작업을 시도했다. 이는 저희 타이틀 매치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권혜인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두 분이 지속해온 방향에서 전환해 새롭게 시도하거나 각자의 조형 언어를 확장시키는 대형 신작들이 있어 의미가 크다고 본다. 또한 공동작업과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2쌍의 모습을 통해 서로를 변화시키는 수행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선보이는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돌과 밤'은 오는 5일부터 2025년 3월 30일까지 진행된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