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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텍스트힙 트렌드를 환영하며

기사입력 : 2024년12월02일 08:32

최종수정 : 2024년12월02일 08:32

하민회 (이미지21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한 달에 몇 권이나 읽어요?" "요즘 읽기 좋은 추천도서 있을까요?" 북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한 동안 "시집은 잘 안 읽으세요?" 하는 DM도 꽤 받았다.

텍스트힙(Text hip)덕분이다.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개성 있고 쿨하다는 뜻의 '힙'의 합성어인 텍스트힙은 독서를 멋지고 매력적인 활동으로 여기는 문화 현상을 뜻한다.

텍스트힙의 핵심은 '공유'와 '소통'이다. 주로 Z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 사이 출생자)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텍스트힙 열풍은 SNS를 배경으로 삼는다.

독서가 '지루하다, 따분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트렌디한 행동으로 간주하는 이들은 SNS에 책 읽는 셀카, 책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찍은 사진, 도서관, 서점, 휴식처 등에서 책과 함께 한 인증샷을 올린다. 그들에게 독서는 취향이자 개성이고 지적욕구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마음에 와닿은 문장에 줄을 그어 인스타에 게시하고 필사한 문장 아래 본인의 소감이나 생각을 곁들여 포스팅한다. 소문난 북카페를 찾아가 시간을 보내거나 도서전을 둘러본 후기를 올리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독서 그 이상으로 독서 체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올해 초에는 이들의 시(詩)사랑이 눈에 띄었다. 시는 짧은 시간에 읽기 좋고 이미지나 상징적 표현이 많아 젊은 감각과 잘 어울린다. 짧으니 옮겨 쓰기 쉽고 사진 찍어 올리기에도 용이하다. 대부분의 시집이 얇은 편이라 책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래서일까? 한 대형서점의 시집판매는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었고 온라인 서점 한 곳에서는 10대 독자들의 시집 구매가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한 출판사에서 기획한 '시 한 편을 듣는' ARS 서비스는 30만통의 콜 수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6월에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5만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 20대(45%)와 30대(28%) 관람객 비중이 전체 73%에 달했고 SNS에는 N차 방문 인증샷이 넘쳐났다.

천관문학관. [사진=장흥군] 2024.11.18 ej7648@newspim.com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20대 독서율(1년에 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74.5%였다. 전체 성인 평균 독서율(43%)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예스24에 따르면 10대 구매 도서량도 최근 5년 연속 늘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집계한 결과 10대 도서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3% 늘었다. 확실히 텍스트힙 열풍이다.

일각에서는 텍스트힙을 '과시성 독서'라 비판한다. 진짜로 책을 읽고자 하는 수요라 기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보다는 포토제닉한 표지의 책을 고르고 SNS에 올릴 사진에만 집착해서 정작 진지한 독서는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시성 독서'가 뭐 그리 나쁜 걸까?

명품 옷, 명품 백, 해외여행 과시는 괜찮고 독서 과시는 불편하다? 지나치게 경직된 관점이다.

1년에 책 한권 읽는 일조차 힘들어했던 이들이 부담 없이 서점에 들르고 책을 들춰보며 고르고 책읽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비록 SNS에 올릴 사진을 얻기 위해서 든 남들과 다른 독특한 책을 찾기 위해서 건 이유 불문, 책을 만나는 것은 확실히 좋은 출발이다.

스타의 독서를 따라 하는 '디토(Ditto) 소비'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르세라핌의 허윤진, NCT의 재민, 에스파의 카리나, 아이브의 장원영 등은 독서 애호가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방송에 대기실에서 책 읽는 모습을 공개하거나 팬 커뮤니티에 독서 리스트를 공유하고 공항에 책을 들고 나타난다. 이들의 추천서는 금방 베스트셀러가 된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책 한 권'으로 쉽게 내가 동경하는 아이돌과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는데 호기심으로도 해보고 싶지 않을까? 말거리로 삼을 일이 아니다.

안양시는 석수도서관 등 4개 도서관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한강 작가 작품'을 전시 중이다. 호계도서관 내부 전경. [사진=안양시]

사실 책 읽는 것을 힙하게 느낀다는 건 그 만큼 독서가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서부터 활자보단 영상에 익숙한 Z세대들은 아날로그 적인 '종이책'을 기성세대와 달리 '색다르게' 느낀다. 어떤 의미에선 레트로 트렌드와 상통한다.

Z세대에겐 디지털기기에서 보고 즐기는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종이 책장을 손으로 넘기며 읽고 생각하는 독서가 신선하다. 책을 친숙하지 않게 컸을 수록 더 그렇다. 디지털 콘텐츠가 주는 눈과 뇌의 피로감, 주의력 저하에 관심이 많은 Z세대에 독서는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 개념도 있다.

텍스트힙 트렌드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독서는 섹시해(Reading is Sexy).' 영국 매체 가디언이 올해 초 자국 내 1020세대들의 '종이책 읽기 열풍'을 취재한 기사 제목이다. 지난해 영국 책 판매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6억6900만권. SNS에 '북톡(book Tok)''북스타그램' 키워드를 치면 수백만 건의 포스팅이 나온다. 

독일어로 출간된 한강 작가의 작품들과 출간예정 도서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어떤 측면으로 봐도 텍스트힙은 긍정적이고 반가운 트렌드다. 

이미지와 영상 위주의 디지털 콘텐츠가 '보고 들으며 즐기는' 용도에 가깝다면 종이책은 '읽고 생각하고 쓰는' 상위 용도에 해당한다. 텍스트힙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콘텐츠 생산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이다.  짧고 의미 없는 영상이 가득한 SNS에 생각의 기록을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네트워크를 보다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건 물론 개인적으로도 사고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독서인구가 감소하고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는 가운데 텍스트힙은 가장 효율적인 디지털 디톡스이자 문해력 향상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느린 읽기를 체험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은 물론 깊이 있는 이해와 맥락 파악, 추론능력이 커진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텍스트힙이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닌 일상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Z세대의 감각이 공 감각적인 만큼 힙한 '책'을 다양한 공간과 상품으로 연결시켜 이어가야 한다. 좋은 책은 물론 세련된 굿즈가 함께 하는 책 팝업스트어, 책 읽는 피크닉, 야외 도서관, 흥미로운 북 토크, 개성 있는 북카페와 독립서점같은 친화적인 오프라인 환경 조성에 공을 들여다 한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참석자에게 친필 사인을 하고있다. 2024.10.17 photo@newspim.com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약 100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노벨문학상 원서를 우리말로 읽을 수 있다는 뿌듯함이 텍스트힙 열풍에도 기름을 부었으면 한다.

어쩌면 텍스트힙은 무엇보다 인간의 성찰력이 요구되는 AI시대에 인간의 본능적인 생존 감각이 발동한 시대적 현상 아닐까? 인간은 변화된 상황에 진짜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감각적으로 알아채는 존재이니 말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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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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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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