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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화가로 14번째 개인전…"그림에 대한 열정·사랑의 결과물"

기사입력 : 2024년10월16일 15:22

최종수정 : 2024년10월16일 15:22

학고재, 오는 11월 16일까지 하정우 개인전 개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스크린에서 대중과 만나왔던 하정우가 배우가 아닌 '화가'로 돌아왔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하정우 개인전 '네버 텔 애니바디 아웃사이드 더 패밀리(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 기자간담회에서 "아마 하정우 작가의 작품을 보면 학고재의 '학고창신(옛것을 배워 새것을 만든다)'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금방 이해되실 것"이라고 밝혔다.

하정우가 작가로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사진=뉴스핌DB]

하정우는 학고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제작한 회화 작품 총 35점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원시성을 바탕으로 순수한 정신과 원초적인 힘을 드러낸다. 카펫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은 규칙적인 선과 기하학적인 추상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우 대표는 "런던 프리즈에 참여했다가 어제 귀국을 했다. 런던에서 정말 벼락같은 소식을 들은 것이 바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다. 대중문화, K팝쪽은 이미 세계 정상에 올라섰는데 미술도 최근에는 'K아트'라고 해서 대중문화나 영화, 음악 못지않은 반열에 올라 갈 거라는 예상을 많이 하고 계신다. 미술도 그러한 반열에 올라갈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K아트 시대가 열리려면 미술 지평이 넓어져야 하는데, 미술 전공을 하지 않아도 작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하정우 작가가 보여주고 있다. 미술 전공을 하지 않았음에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하정우 씨의 작품세계를 지켜보고 있다가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 이번 전시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하정우의 신작 카펫 시리즈 중 하나 '무제 Untitiled' 2024.10.16 alice09@newspim.com

우 대표는 "또 하정우 작가는 대중적 인지도가 월등히 높은 분이기 때문에, 그런 분의 작품이라면 대중에게도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정우 작가의 작품을 보면 '학고창신'에 얼마나 잘 부합되는지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 '네버 텔 애니바디 아웃사이드 더 패밀리'는 영화 '대부'의 대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전시 서문을 작성한 이진명 미술비평가는 "이 뜻은 '믿을 수 있는 식구 말고 누구한테도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지 말라'는 의미로,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와의 만남을 원하는' 마음을 반영하는 제목"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주로 선보여왔던 하정우는 미술계 히스토리에 관여한 작가의 작품을 주로 선보인 학고재와 첫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하정우는 "학고재라는 갤러리를 어릴 때부터 너무나도 훌륭하고 좋은 갤러리라고 알고 있었다. 올해 초에 대표님을 만나서 전시 제안을 받았는데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그동안 다른 갤러리와 개인전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특별함을 느꼈다. 특히나 올해는 촬영 스케줄이 없어서 그림에 정말 전력투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하정우의 신작 카펫 시리즈 2024.10.16 alice09@newspim.com

그는 "사실 2010년 개인전을 시작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데 단순히 그림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 졸업 후 불투명했던 내일을 버티기 위해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는데 그림 그리는 것은 저를 위로하는 시간이었다"라며 "저는 다른 거창한 것도,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쌓인 결과물이 지금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와 화가로서의 비율을 굳이 따진다면 정말 5:5인 것 같다. 올해는 정말 제가 배우인 걸 까먹고 작가처럼 1년 가까이 그림을 그렸는데 촬영할 때는 불규칙한 생활을 했는데 그림을 그릴 때는 제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부분에서도 큰 매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하정우는 이번 전시에서 카펫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 '카펫 시리즈'와 가면과 탈을 소재로 해 인간의 정체성의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면모를 탐구하는 '탈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는 이번 작품의 영감은 작품 촬영 차 모로코에 있었던 5개월에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 작가는 "작품 로케이션 촬영으로 모로코에 5개월 정도 머물렀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때 대기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제작사에서 정말 모로코 현지 집을 대여를 해주셨는데 거기에 정말 많은 카펫이 있었다. 그곳에서 먹고, 자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또 촬영이 없을 때는 숙소 옆쪽에 작업실을 빌려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하정우의 신작 '탈 시리즈' 2024.10.16 alice09@newspim.com

하정우의 작품에는 엄청난 선들이 존재한다. 선을 이어나가고, 쪼개면서 본인만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아크릴 마카나 오일 마카로는 이러한 얇은 선을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정말 제품을 찾다가 유성 마카인데 펜촉이 바늘처럼 날카로운 걸 사용했다. 전시장 초입에 걸린 작품의 경우 7주 정도 걸려서 완성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그림에 집중을 하면서 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봤다. 진심으로 접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만 시간의 법칙'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제 그림이 다른 작가들의 그림에 비해 낯설고, 서툴 수 있지만 진심과 마음을 담으면 분명 통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덧붙였다.

이번 학고재에서 열리는 전시가 하정우에게는 무려 14번째의 개인전이다. 그간 작가로도 많은 활동을 했지만, 미술계에서 바라보는 하정우의 작품 활동이 곱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그는 "일부러 피한 것도 있다. 피했다기보다 쑥스러웠던 게 더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하정우의 개인전 전시 전경 2024.10.16 alice09@newspim.com

배우로서는 능청스러운 연기, 연출가로서는 자신만의 코믹함을 표현하는 것이 하정우의 특징이다. 배우와 연출가로서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뉜느 만큼, '화가 하정우'로서의 특징 또한 궁금했다. 이와 관련해 우정우 학고재 실장은 "아무래도 하정우 작가의 특징은 색면인 것 같다. 하정우 작가의 그림을 보면 정말 강렬한 색감이 있는데 어떠한 그림을 봐도 작품을 보면 '이건 하정우의 작품'이라는 말이 바로 나올 정도로 색면에 뛰어난 작가"라고 극찬했다.

이어 하정우는 "색이 특징이 맞는 것 같다. 저는 색상을 조합해서 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색을 섞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 색깔이 가진 본연의 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걸 살려서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고재에서의 개인전을 모두 다 올해 그린 신작으로 채운 하정우는 그림에 대한 진정성과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하반기부터 다시 본업인 배우와 연출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는 그는 "그림을 그리는 저와, 연기를 하는저는 구분이 돼 있다. 그렇기에 서로 영향을 받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하정우의 개인전 전시 전경 2024.10.16 alice09@newspim.com

하정우는 "배우 활동도 선택을 받아서 하는 직업인데, 이번 전시 역시 저는 운 좋게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2010년에 처음 그림을 시작해 15년간 그림을 그려오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안 좋은 이야기가 98%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할아버지가 됐을 때면 제 그림을 다시 봐 주시지 않을까, 70대가 되면 작가로 인정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계속 그림을 그리고, 이 작업을 이어가면 정말 그림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하정우의 열네 번째 개인전이자, 학고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 '네버 텔 애니바디 아웃사이드 더 패밀리'는 16일부터 오는 11월 16일까지 학고재 본관과 온라인 학고재 오룸에서 만나볼 수 있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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