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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펼쳐진 '슬픈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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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놓고 비생산적 갑론을박
핵잠재력 확보 위한 재처리 권한 요구 비현실적
日과 형평성·재처리로 폐기물 관리 등 궤변 난무
'핵무장론'이 몰고 올 국내 혼란과 광풍의 예고편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 11일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의원들은 한국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도록 한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을 성토했다.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성화에 조현동 주미 대사는 "미국의 신정부 출범 후 우선 추진 현안으로 삼겠다"고 답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어서 한국이 핵무장 전 단계로 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공개적으로 쉽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이날 국감에서 나온 의원들의 재처리 관련 질의와 조 대사의 답변 중에는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것이 많고 재처리에 대한 궤변과 오해도 수두룩하다.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리 없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은 플루토늄을 마음대로 농축하기 때문에 몇 천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동맹인데 형평성이 이해가 안 된다. 미국에 더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먼저 플루토늄은 농축하는 것이 아니라 재처리로 추출하는 것이므로 사실관계가 틀렸다. 또 미국이 1988년 일본과 원자력협정을 통해 일본에 재처리를 허용한 것은 동맹국을 차별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의 농축·재처리가 가능했던 이유는 이를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는 것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 번도 핵무장 의도를 보인 적이 없다. 지금도 '비핵 3원칙'을 내세워 핵보유 의도가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과거 핵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고 2000년에는 비밀리에 소량의 농축우라늄을 제조한 사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로 밝혀져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뻔한 적도 있었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잠재적 핵능력 확보'를 위해 재처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횡행한다.

핵무기를 만들 목적으로 재처리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나라에게 국제사회가 그 권한을 줄 것으로 믿는 것은 코미디다. 한국이 재처리 권한을 가지려면 앞으로 평화적 목적의 핵활동만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수십 년 동안 행동으로 입증해야 가능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핵능력과 미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발언 등을 언급하며 "이제 대한민국도 자체 핵무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여론조사에서 핵무장을 지지하는 국민이 70%가 넘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자체 핵무장을 위해서는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과 한미동맹이 파탄날 것이라는 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이 같은 반대급부를 명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핵무장 지지율이 급감한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 이런 주장은 핵무장 여론에 영합하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처리를 하게 되면 독성이 1/1000로 줄고 폐기물 양도 1/10로 줄일 수 있어 최종 방폐장도 큰 규모가 필요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지금 한·미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다고 하는데 이 문제가 왜 정리가 안되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은 최종 폐기장도 없어서 마치 아파트를 짓는데 화장실은 없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궤변이다. '독성 1/1000, 폐기물 양 1/10 감소'는 2011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때 국내 원자력계가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건식 재처리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파이로프로세싱으로 한국 원자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과장한 내용이다. 재처리를 해도 독성은 감소하지 않는다. 따로 관리해야 할 뿐이다. 폐기물 양이 준다고 처분장 면적이 주는 것도 아니다. 처분장 부지 면적은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에서 얼마나 많은 열이 발생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 의원은 한국이 재처리 권한을 얻지 못해 사용후 핵연료를 폐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우리가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살게 된 것을 미국 탓으로 돌렸지만, 이 역시 틀린 말이다. 재처리로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용후핵연료를 중간 저장하기 위한 부지와 시설을 확보하는 것 뿐이다. 화장실을 못만들고 있는 것은 미국이 허락해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부가 화장실 지을 장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처리 문제를 미국 신정부와 우선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조 대사의 답변도 앞뒤가 안 맞는다. 조 대사 스스로 "독자적 핵무장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핵능력 확보를 위해 재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한 셈이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조 대사 발언에 대해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 답변"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재처리는 무관한 사안이므로 해명이 될 수 없다.

이날 국감은 핵무장을 염두에 둔 재처리가 얼마나 무모한 주장인지, 국내에서 고조되는 핵무장론이 얼마나 무계획적이고 단선적인지, 의원들이 얼마나 원자력과 비확산문제를 오해하고 있는지, 정부가 얼마나 선동적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지 잘 보여줬다. 조만간 국내에 핵무장론에 따른 혼란과 무질서의 광풍이 몰아닥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를 북핵 대응의 기본으로 삼고 있음에도 여당 의원이 핵무장을 주장하며 정부에 반기를 들고 오히려 야당 의원이 "핵무장론과 선을 긋고 확장억제 목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만 봐도 이 문제가 앞으로 얼마나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인지 알 수 있다. 진심으로 걱정된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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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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