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오랜만에 불어온 중국발 훈풍에 유럽 증시가 웃었다. 24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중국 정부가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낮춰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준금리도 인하하는 등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 지수는 전장보다 3.38포인트(0.65%) 상승한 519.70으로 장을 마감했다.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섹터,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49.84포인트(0.80%) 오른 1만8996.63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95.93포인트(1.28%) 상승한 7604.01로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도 23.05포인트(0.28%) 뛴 8282.76으로 마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201.46(0.60%) 오른 3만3881.26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35 지수는 39.10(0.33%) 상승한 1만1837.00으로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은행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시장에 1조위안(약 190조원)을 공급하고, 정책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1.7%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국 중에서 프랑스 증시의 상승폭이 독보적이었다.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에 크게 의존하는 프랑스의 명품 업체들의 주가가 약진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3.2% 상승했고, 까르띠에 등을 소유한 리치몬트도 4.1% 상승했다. 이에 힘입어 명품 섹터도 2.5% 올랐다.
기초자원 섹터는 4.4% 상승하며 범유럽 벤치마크 지수에 올라있는 섹터 중에서 가장 힘차게 비상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22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수요 전망이 크게 개선된 비금속 가격의 상승이 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종도 1.1% 오르며 중국발 훈풍의 혜택을 봤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는 분위기였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TS 롬바드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 로이 그린은 "(중국 정부의) 오늘 발표는 자신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계 소비를 지원하고 부채 상환의 고통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과 전체적인 중국 경제를 안정화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면서 "중국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성장률 부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독일 경제에 비관적인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독일 이포(Ifo) 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9월 경기환경지수는 지난달보다 1.2포인트 떨어진 85.4를 기록했다. 올 1월 이후 최저치였다. 시장의 전망치는 86.0이었다. Ifo의 이코노미스트 클라우스 볼라베는 "독일 경제가 하락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에 0.1% 역성장한 독일 경제가 3분기에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독일의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8월 48.4에서 이번달 47.2로 하락했다. 로이터 서베이가 예측한 48.2보다 낮았다.
로이터 통신은 "독일의 주요 경제기관들은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특징주로는 스웨덴의 방산업체 사브가 9.3%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가 이 기업에 대한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