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상대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 취소소송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과속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치료비로 지급된 보험 급여를 환수하려 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운전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앞서 A씨는 지난 2022년 8월 김포시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는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시속 112㎞ 속도로 운행하면서 1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 변경 중 앞서가는 택시의 우측 사이드미러를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A씨는 이 사고로 개방성 발꿈치뼈골절 등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치료비 중 2970만원 상당을 부담했다.
그런데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사건 교통사고는 원고가 운행 중 속도를 위반해 발생한 것으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급여 2970만원 상당에 대해 부당이득금 환수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오토바이를 과속 운전하기는 했으나 피해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아 주행속도를 급격하게 줄인 상태에서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고 발생 경위에 비춰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는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환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춰 볼 때 제한 사유로 되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원고의 부상이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원인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해 차량이 감속하면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는 순간에 원고의 오토바이와 충돌하게 됐음을 알 수 있다"며 "피해차량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통해 진로 변경을 예고하고 차로를 변경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도 교통사고 발생에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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