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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어사전 15 [ 열대야 ]

기사입력 : 2024년08월01일 15:56

최종수정 : 2024년08월01일 16:12

모깃불과 된장찌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있는 밤
부채와 탁족, 보신탕 등 더위 견디는 다양한 방법
루이 암스트롱의 '서머 타임', 한대수의 '물 좀 주소'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해가 질 때를 기다려서 마당에 모깃불이 지펴졌다. 매캐한 연기에 모기들이 기침을 하며 저만치 물러났다. 허기가 목까지 차오를 때면 마당의 평상 위로 저녁상이 나온다. 식구들은 호박을 썰어넣은 된장찌개에 연신 숟가락을 들이댄다. 호박잎쌈에 된장 한 숟가락 얹어서 척척 싸 먹으면 더위 쯤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등짝을 타고 흐르는 땀을 어쩌지 못하면 하나둘 수돗가로 가서 등목부터 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김홍도의 '풍속도첩'. 2024.08.01 oks34@newspim.com

여름 밤하늘에 별이 지천이니 헤아리는 건 불가능 했다.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연신 부채질을 해주면서 옛날이야기 주머니를 열었다. 비 오는 저녁 동네 건장한 청년이 도깨비를 만나 씨름으로 승부를 가린 얘기부터 먼저 떠난 애기 귀신이 밤마다 엄마를 찾아와 구슬프게 우는 얘기까지. 그뿐인가. 몽달귀신, 처녀귀신, 붉은 도깨비, 푸른 도깨비까지. 그 얘기를 듣다보면 등골이 오싹하여 할머니 품에 파고들었다, 밤이 이슥해지면 열대야(熱帶夜) 쯤이야 문제될 게 없었다.

냉장고도 에어컨도 없던 시절엔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무더위를 견뎠다.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하는 탁족(濯足), 냇물에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는 천렵(川獵), 모여 앉아 술을 마시는 회음(會飮) 등 무더위를 견디는 방법은 가지가지였다. 흔히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속을 덥히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었다. 복달임은 대개 보신탕 중 으뜸인 개장국으로 했다. 물론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말이다. 또 다른 말로 구장(狗醬), 구탕(狗湯)으로 불렸다. 초복,중복,말복으로 이어지는 절기의 복(伏)'자는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자'를 쓰고 있는 것만 봐도 옛날 개들은 복날을 무사히 넘기기 쉽지 않았다. 복날 개장국을 먹은 건 더위와 액(厄)을 물리치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던 셈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대표적인 여름용품이었던 부채는 이제 에어컨과 선풍기 등에 밀려났지만 열대야를 견디는데 여전히 유용하다. [사진 = 본사 자료사진] 2024.08.01 oks34@newspim.com

'한쪽 죽지는 숨겨놓고/ 구름속 멀찍이 숨겨놓고/ 한쪽 죽지만 접었다 펼쳐든 날개라 하자/ 떨리는 눈썹은 내리깔고/ 이마 위에 주름살 다시 걷어/ 안개를 실어낸 학(鶴)이라 하자/ 물결에 일렁이는 학(鶴)이라 하자'
시조시인 김상옥의 '부채'에서 노래했듯이 열대야를 견디는 데는 부채 만한 물건이 없었다. 우리 속담에 '여름 생색에는 부채요,겨울 생색에는 달력이라'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부채를 대신하는 냉방용픔이 넘쳐나지만 멋스런 부채 하나쯤 옆에 두고 사는 건 그리 나쁘지 않다. 하긴 시원한 죽부인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밤이 계속된다.

'얼마나 더운지/ 그는 속옷마저 벗어던졌다/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엉덩이,/ 두 개의 무덤이 하나의 잠을 덮고 있다…/ 그의 벗은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주머니가 없어서일 것이다/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그 강을/ 오늘도 건넜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는//밤은 열대처럼 환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구촌이 더워지면서 열대야가 계속되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 탓인지 도로가 한산하다. [사진 = 사진작가 양재명 제공]    2024.08.01 oks34@newspim.com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문학동네, 2004)에 실린 시 '열대야'에서 시인 나희덕은 속옷마저 벗어던지고 자는 동거인에게서 감각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적나라함을 발견한다. 조선 영조시대의 가객 김수장은 그의 저서 '해동가요'에서 '복더위 찌는 날에 맑은 계곡 찾아가/ 옷 벗어 나무에 걸고 풍입송 노래하며/ 옥 같은 물에 이 한 몸/ 먼지 씻어냄이 어떠리'라고 노래한다.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촌에서 열대야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름날에는 사는 일이 평온하지/ 물고기는 뛰어오르고, 목화는 잘 자랐다네/ 네 아빠는 부자고, 엄마는 미인이란다/ 그러니 쉬잇, 아가야 울지 마라…/ 언젠가는 네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를 거야/ 아침이 올 때까지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 아빠와 엄마가 지켜줄 테니까.'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듀엣곡으로 유명한 '서머 타임'은 이런 여름밤에 잘 어울린다.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연주로 시작하여 최고의 듀엣이 주고받는 화음은 푹푹 찌는 열대야를 잊게 만든다.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키스 재럿, 제니스 조플린 등 수 많은 가수가 다시 불렀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물 좀 주소'라고 외쳤던 한대수의 데뷔앨범. 2024.08.01 oks34@newspim.com

한대수는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라고 노래한다.
1969년 남산 드라마센터에 갓 스물한 살의 히피청년이 무대에 섰다. 전주도 없이 느닷없이 토해내는 노래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대중잡지에서는 '한국 땅에 첫 히피 상륙'이라고 썼다. 훗날 송창식은 그 무대를 보고 충격을 받아서 작곡을 시작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뉴욕에서 막 귀국한 한대수는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 등 파격적인 노래들을 선보였다. 뉴욕사진학교에 다니면서 틈만 나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가서 잭슨 폴락의 추상화를 감상하던 청년이 외롭고 답답할 때마다 쓴 노래들이었다. 그에게 청춘은 열대야 만큼이나 참기힘든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

장마와 태풍, 역병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들의 여름이 흘러간다. 사는 일이 평온하기를 바라지만 인간 사는 세상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 바야흐로 열대야를 견디면서 각자도생 해야 하는 시대다.

oks34@newspim.com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8.01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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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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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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