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반려 폐지 이후 대폭 증가
행정 절차상 업무 증가에 실적 압박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사기, 마약, 도박 등 악성 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수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 환경에 일선 경찰관들이 수사 업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수사 경찰관들의 잇단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 수사 경찰관들의 고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1~5월 경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건수는 25만46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9646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사 인력은 같은 기간 3만7252명에서 3만5917명으로 감소했다.
고소·고발 건수가 증가한 데에는 지난해 11월 법무부 수사 준칙 개정으로 모든 고소·고발 사건이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더라도 반려하지 않고 모두 접수하게 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고소·고발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수사 준칙 개정이 이루어졌으나, 경찰 수사관의 업무 부담 증가와 고소·고발 남용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경찰은 이러한 우려 해소를 위해 경찰 수사 규칙을 개정해 사건 접수 후 불송치하는 각하 사유에 ▲형사소송법상 고소권자가 아닌 경우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거나 고소를 취소했다가 다시 고소하는 경우 ▲자료 제출 요청에 불응해 수사를 개시·진행할 구체적 근거가 없는 경우를 추가했다.
수사 기능에 있는 한 경찰관은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되면 나중에 각하나 진정 전환이 되더라도 반려와 비교했을 때 서류나 행정 절차상 업무가 더 생긴다"며 "수사 실적에 더해 업무 부담이 더 추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연이은 경찰관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순직 경찰관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2024.07.29 mironj19@newspim.com |
수사관들에게 단기간 사건 처리나 검찰 송치 건수 등으로 실적을 압박하는 내부 환경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수사 경찰관 사망 사건을 조명하면서 실적 위주의 줄 세우기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와 월 단위로 얼마나 많은 사건을 맡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며, 장기 사건을 맡고 있는 사람 위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평가 결과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전체 하위 10%에 드는 팀장은 자격을 박탈하면서 수사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도 했다.
실제로 최근 2주간 3건의 경찰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과 22일 서울 관악경찰서, 충남 예산경찰서에서 근무하던 경찰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6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간부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같은 날,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간부는 투신을 시도했다가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생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인권국장은 "팀장이 팀원을 닦달해야 하위 10%에 들지 않기 때문에, 팀원들은 휴일을 반납하고 나와서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는 전날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거론됐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일선 경찰서 경제팀 등 민생 수사 분야 인력이 보강되지 못해 수사관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격무에 비해 복리 승진 기회가 없어 일선 지구대를 희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정원 확대와 수당 지급 강화 등의 대책을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필요한 경우 실태를 파악해 정원 조정을 고려하겠다"며 "경제팀 근무 직원은 절대평가로 평정을 해서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일한 만큼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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