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20년 넘게 추진되고 있는 서울 세운상가군(群) 재개발사업이 장기 연기 위기에 놓였다. 늘어지는 사업 기간 탓에 부실 우려를 이유로 대주단이 새로운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거절해서다.
심지어 브릿지론 만기 연장 실패에 따라 오는 26일 발표될 금융감독원의 PF 사업장 최종 사업성 평가에서 부실사업장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판 롯폰기힐스' 조성을 꿈꾸던 추진하고 있는 세운상가 재개발사업은 좌절되진 않더라도 장기 연기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 세운상가(群) 재개발 사업장이 최근 브릿지론 만기연장에 실패한데 이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실 사업장'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상지 위치도 [자료=서울시] |
업계에 따르면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 가운데 3-2·3·9구역이 지난 23일 만기도래한 총 59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차환에 실패했다. 새마을금고, 교보생명 등으로 구성된 대주단이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거절해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23일까지 브릿지론 만기 연장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주단이 해당 사업장의 'PF 부실' 우려를 이유로 리파이낸싱을 거절한 탓이다.
리파이낸싱이 끝내 불발되면 사업장 정리가 착수된다. 지금까지 투입한 약 900억원의 금융비용은 '헛 돈'이 되며 대주단이 부지 회수까지 나설 경우 땅은 경·공매로 넘어갈 수 있다.
이처럼 세운상가 재개발사업이 좌초위기에 놓이게 된 것은 최근 PF사업장 정리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개입 탓이란 분석이 많다.
사실상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사업에 대해 대주단은 '양호' 또는 '보통'의 사업성 평가를 내렸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4단계로 세분화하고 유의·부실우려의 사업성 부족 사업장의 대주단은 당국에 재구조화, 경·공매 등의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동산 PF 연착륙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거부한 이유는 금융감독원의 부실우려 사업장 진단 기준인 '잦은 만기 연장' 때문이다.금융당국의 사업장 평가기준에 따르면 만기 연장이 4번 진행된 사업장은 '부실우려' 등급에 해당된다. 즉 대주단은 사업성 평가와 관계 없이 시행사의 이자 지급 능력을 의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사업 시행사인 디블록파트너스는 이번 PF 만기 연장이 총 네번째다.
이와 함께 매번 6개월치 이자를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만기를 1년씩 연장해오던 시행사가 이번엔 이자 선지급 기간을 3개월로 줄여 요청했다는 점에서 대주단의 의구심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주단 중 한 곳인 새마을금고는 시행사에 6개월치 이자를 한꺼번에 낼 것을 요구했다. 반면 교보생명 등 다른 대주단은 이미 만기 연장 불가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인허가 문제로 사업기간이 연장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는 이미 2017년과 2021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착공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통합 개발로 방침을 바꾸면서 일정이 미뤄졌다는 게 시행사측의 설명이다.
세운상가군 재정비 조감도 [자료=서울시] |
디블록 측은 금감원의 부실우려 사업장 기준에 '인허가에 오랜시간이 걸리는 현장은 예외로 한다'는 예외조항이 있음을 거론하고 있다. 더욱이 금감원이 마련한 브릿지론 만기 연장 3회 이상인 부실등급 부여 기준에서 1회는 1년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세운 3-3구역은 6개월씩 세번 연장한 뒤 3개월을 연장해 기간으로는 2년이 채 안된다는 디블록 측의 설명이다. 이것도 금감원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운상가 재개발사업의 운명은 내달 초로 예정된 서울시의 인허가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현재 세운 3-2·3구역과 3-8·9·10구역의 통합 개발을 위한 각종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현재 디블록파트너스가 토지를 70~90% 가량 확보하고 있으며 시공사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만약 끝내 만기 연장이 불발되면 지금까지 시행사 등이 투입한 막대한 비용은 물거품이 된다. 디블록 파트너스는 2021년부터 지난 3년 간 이자비용으로만 약 9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대주단이 부지 회수에 나설 경우 땅은 경공매로 넘어가게 된다.
서울시도 시의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이 이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속한 사업 인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허가가 정확히 언제 날 것이라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마무리 단계인 것은 맞다"며 "통합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을 예정인데 인허가 결과를 보고 대주단이 사업자에 대한 만기 연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만기 연장 실패는 사업 시행자의 이자 지급 능력에 관련된 부분이라 서울시가 중재할 방안은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만약 만기 연장에 실패하고 부실 PF로 판정되면 해당 사업지의 토지는 경·공매로 넘어가 사업자가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기간 손실은 다소 발생하지만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란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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